- 카페 관계자·흡연자들 불만 팽배
26일 오후 부산 남구 A 흡연카페. 여느 카페와 다를 것 없지만 손님이 담배를 대놓고 피며 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남다르다. 일반적인 카페라면 상상도 못할 광경인데 영업 형태에 비밀이 숨어 있다. 보기에는 똑같은 카페지만 종업원이 커피를 만들거나 제공하지 않는다. 고객은 카운터에서 결제만 한 뒤 카페에 마련된 커피머신 2대를 이용해 직접 커피를 뽑아 마신다. 최근 유행하는 질소커피도 마실 수 있고, 입맛에 따라 시럽도 넣을 수 있다. 2층과 3층에 마련된 좌석 어디든 앉아서 커피와 담배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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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부산 남구 경성대 인근 흡연카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용자.
서순용 선임기자 |
이 카페에서 만난 애연가 이모(27) 씨는 “흡연카페까지 막아 버리면 담배는 어디서 핍니까. 담배는 팔면서 필 곳은 안 만들어주는 게 말이 됩니까”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씨는 평소 지인을 만나거나 혼자 커피를 마실 때면 흡연카페를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비흡연자를 끌고 들어가서 억지로 담배 냄새를 맡게 하는 것도 아닌데 숨통조차 막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했다.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흡연카페를 금연구역 의무지정 대상에 포함하는 ‘국민건강 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자 흡연카페 관계자와 애연가들이 불만을 제기한다. 그동안 흡연카페는 비흡연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로이 담배를 피울 수 있어 ‘애연가의 성지’로 불렸다.
일반카페는 ‘휴게음식점’으로 영업 신고돼 건강증진법상 금연구역 의무 지정 대상이다. 흡연카페는 고객이 직접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식품자동판매기업’으로 신고돼 그동안 규제를 받지 않았다. 이를 두고 편법적 영업신고로 실내 흡연을 가능케 한다는 논란을 빚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곳을 포함해 서면, 해운대 등 3곳의 흡연카페가 있다. 전국에는 36곳의 흡연카페가 있다.
흡연카페의 금연구역 지정은 본회의 표결 등이 남아 있지만 다음 달 3일부터 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당구장 스크린 야구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국민 건강을 염려해 금연구역이 확대되지만, 흡연자들의 흡연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부산의 한 흡연카페 관계자는 “흡연카페는 금연구역 확대로 갈 곳이 줄어든 애연가를 위해 만들어 운영하는 공간”이라며 “국민 건강을 염려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마음 놓고 담배를 필 장소를 없애버리면서 흡연자를 죄인처럼 만드는 건 무리한 처사다”고 꼬집었다.
지역 한 보건소장은 “흡연카페처럼 담배를 필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면 금연정책을 확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