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쉬운 말이라도 머릿속에 잘 다듬어 저장해두지 않으면 불쑥불쑥 때에 맞지 않는 말을 하게 되죠. 한마디 말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습해 두면 타고난 것처럼 좋은 언어를 가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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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13기 10주차 강의에서 이해인 수녀가 ‘일상의 영성과 고운 말’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
맑고 깊은 시를 쓰는 유명한 시인인 이해인 수녀의 낭랑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22일 롯데호텔부산 3층 펄룸에 울려 퍼졌다. 이날 국제아카데미 13기 강사로 나선 그의 강연은 조용했지만 회원들의 집중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뒤로 20여 권 시집과 산문집을 내며 수많은 이의 시심을 싹 틔운 시인 이해인의 강연은 글도 수도하듯 갈고 닦으면 맑고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일깨웠다.
이해인 수녀는 이날 ‘어떤 결심’ ‘용서의 꽃’ 등을 국제아카데미 회원들과 함께 낭송하며 의미를 나눴다. 이 시들은 한결같이 생활 속에서 말과 다짐으로 마음을 수련하는 ‘일상의 영성’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일상의 영성이란 겸손 실습, 작은 위로, 감사 예찬, 기쁨 발견 그리고 속단하고 싶을 때 판단을 보류하는 생활 속 마음가짐과 노력을 일컫는다.
그는 또 자신이 정한 ‘고운 말 십계명’을 전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막말 만큼은 하지 말며 ▷비교하는 말은 신중하게 하자 ▷내게도 남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푸념과 불평의 말을 자제하자 ▷애덕을 지니고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치자 ▷남을 속단하거나 비하하는 말을 삼가자 ▷농담과 유머를 지혜롭게 쓰자 ▷흉을 봐도 고운 말로 하자 ▷자신을 표현할 땐 겸손하게 하자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을 하자 ▷기분 좋은 상징언어를 자주 사용하자. 이것이 이해인 수녀의 고운 말 십계명이다.
이 수녀는 “사람들은 화 날 때 뚜껑 열린다, 꼭지 돈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 등 자극적인 표현을 쓴다. 품성은 말을 따라가게 마련”이라며 “배우 안성기 씨는 가장 화가 날 때 단 두 마디 ‘이러시면 곤란합니다’라고만 해 버린다는데, 분노는 충분히 표현된다. 새해부터는 고운 말 연습을 함께 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수녀원 앞에 피어있던 빨간 산다화 한 송이를 소중하게 지닌 채 행사장에 온 ‘천생 시인’ 이해인 수녀는 “부산에 살다 보니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동백꽃도 좋아졌고, 무뚝뚝해서 별로라고 생각했던 부산 사람도 좋고, 어묵도 좋아하게 됐다”며 부산에 대한 애정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신귀영 기자 kysh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