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오래된 미래 도시'를 찾아서 <40> 페루 리마 구시가지, 혼혈과 다문화의 광장·박물관

원주민·이주민 함께 섞여 공존… 잊혀진 잉카인 순수혈통의 기억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21 19:20:3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아르마스 광장엔 다양한 사람
- 외모 다르지만 서로 어우러져

- 광장 주위로 60개 넘는 박물관
- 기원전부터 건국과정까지 전시
- 잉카문명 이전 유물·현대미술도

- 혼혈인 촐로와 원주민·이주민
- 유니온 거리서 하나로 뭉쳐

2016년 1월 중순 무렵, 페루 리마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에 내려 예약한 공항셔틀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거리에는 4월 10일 대선을 앞둔 후보들의 현수막, 벽보 등이 요란스럽게 나붙어 있었다. 징역 25형을 선고받고 감방에 갇혀 있는 전직 일본계 대통령 후지모리(Alberto Fujimori, 1938년 7월 28일생)의 딸로서 출마한 게이코(Fujimori Keiko 1975년 5월 25일생)의 사진도 나부끼고 있었다. 그 사진은 잉카문명을 찾아가는 길에 느닷없이 ‘페루와 일본’, ‘독재자와 그의 딸’을 떠오르게 한다.
페루의 수도 리마의 중앙 광장. 아르마스 광장이라고도 한다. 이곳을 중심으로 주위에 60여 개 박물관이 있다.
‘페루와 일본’. 이 이름들은 태평양전쟁(1941년 12월 7~1945년 8월 15일)을 일으킨 일본을 비롯한 전체주의 국가에 대항하여 연합국으로 참여한 국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일본계 이민자들에 대한 폭동이 일어났던 사건을 연상시킨다. ‘독재자와 그의 딸’은 아버지 스탈린(Joseph Stalin, 1879년 12월 18일~1953년 3월 5일) 때문에 “나는 어디를 가나 정치범이었다”고 자서전 ‘친구에게 보낸 20통의 편지’(1967년)에서 고백한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Svetlana Alliluyeva, 1926년 2월 28일~2011년 11월 22일)를 떠오르게 한다.

그렇게 시작한 생각은 대선에서 후지모리에게 졌지만, 2010년 ‘권력의 구조 지도와 개인의 저항과 패배’를 다룬 작가로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르가스 요사(Jorge Mario Pedro Vargas Llosa, 1936년 3월 28일생)와 일본계 이주민보다도 100여 년이나 일찍 왔던 중국계 이주민 등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리마의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입구인 라우 광장.
■아르마스 광장의 혼잡 속에서

셔틀버스에 내려서 숙소를 정하고 중앙광장 (Plaza Mayor de Lima, 혹은 아르마스 광장 Lima Plaza de Armas)으로 나오자 너무나 많은, 전혀 인종을 짐작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서로 섞이고, 서로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광장에서 잉카문명, 잉카제국, 잉카인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리마(Lima)는 1821년 7월 28일에 독립한 페루 공화국의 수도, 1535년 1월 18일 스페인 정복자 피사로(Francisco Pizarro, 1471년~1541년 6월 26일)에 의해 ‘왕의 도시’(Ciudad de los Reyes)로 설립된 식민 도시, 그 이전 15세기 잉카제국으로 통합된 도시에 지나지 않는 곳일까?

그 답을 찾으려 1551년 5월 12일에 설립된 산 마르코스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an Marcos)의 중앙도서관이나 1821년 독립과 함께 창설된 국립중앙도서관(National Library of Peru)으로 갈까? 뜬금없이 발작하는 교수라는 직업병을 아주 쉽게 억누르지 못한 채, 광장 주위 박물관 순례에 나선다.

■광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박물관

리마의 중심지를 이어주는 유니온 거리.
광장을 중심으로 60개가 넘는 구시가지의 박물관들 가운데 공화국과 수도의 역사와 유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박물관으로 발길이 먼저 열린다.

국립 고고학, 인류학 및 역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Archaeology, Anthropology and History)은 공화국의 독립과 함께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1822년에 설립되어 관련 자료와 박물관들의 통합을 통하여 1992년에 재개관한다. 박물관에는 기원전 8세기에서 공화국의 건국에 이르는 과정을 유물이나 유족, 표본 등으로 보여주고 있다. 옛 중앙은행 건물을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중앙은행 박물관(Central Reserve Bank of Peru)도 잉카문명 이전의 고고학 유물들과 현대 미술 작품들을 동시에 보여준다.

국가의 차원을 수도 지역으로 더 구체화하면, 이 지역의 전문 박물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수도 리마 박물관(Museo Metropolitano de Lima)은 국가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 잉카제국에서 스페인 식민지를 거쳐서 공화국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라르고 박물관(Larco Museum)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의 토산품과 미술품을, 산토 도밍고 수녀원 박물관(Museo del Convento de Santo Domingo)은 유럽 이주 정착민의 역사를, 종교재판 박물관(Museum of the Inquisition)은 스페인 식민지 초기 시대 가톨릭으로 개종하기를 거부한 원주민에 대한 재판과 징벌을, 국립 아프리카-페루 박물관(National Afro-Peruvian Museum)은 스페인 식민지 시기에서 독립하기까지 아프리카계 페루인의 역사와 유물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해서 아름다운 유니온 거리

리마에 있는 페루 국립 고고학 인류학 및 역사 박물관.
고고학, 인류학, 역사를 전문으로 다루는 박물관들은 수도 리마의 옛 이름이 ‘이야기하는 사람(talker)’이나 ‘말하는 사람’(speaker)을 뜻하는 리마크(Limaq)였으며, 원주민은 잉카인이 아니라 이치마(Itchyma)이며, 시내를 흐르는 리마크 강(Limac River)이 ‘이야기의 강’임을 말해 주지 않았다.

옛 이름과 원주민들이 사라진 도시는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이주민과 인디오 원주민 간의 혼혈에 시작되어 몇 세대를 거친 촐로(cholo), 현존하는 원주민 케추아족(Quechuas)과 아이마라족(Aymara), 유럽계,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현지민이 모여서 살고 있음을 뜻하는 유니온 거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 거리의 끝에서 쿠스코 거리를 따라서 가면 차이나타운이 기다리고 있다. 타운은 홀로가 아니라 현지 재래식 메르카도 중앙시장(Mercado Central)과 이탈리아 공원과 함께 있다. 리마처럼 우리 부산도 순수 혈통이나 인종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길 바란다.

민병욱 교수 부산대 국어교육과 bmw@pusan.ac.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미 애리조나서 60년 만의 민주당 주지사 당선, 상하원까지 다 장악
  2. 2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3. 3[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4. 4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5. 5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6. 6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7. 7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8. 8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9. 9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10. 10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3. 3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5. 5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6. 6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7. 7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0. 10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 1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2. 2[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3. 3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4. 4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5. 5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6. 6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7. 7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8. 8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9. 9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10. 10신비로운 심해로 초대합니다 해운대빛축제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