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를 빌리거나 청산 직전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인수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사무장 병원’을 개설해 수십억 원의 요양급여를 빼돌린 40대 남성이 검찰에 적발됐다.

부산지검 특수부(김도균 부장검사)는 의료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무장 병원 운영자 A(49)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또 A 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환자를 알선하고 돈을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부산 모 병원 행정원장 B(60) 씨와 의료생협 이사 C(54)씨를 각각 불구속, 약식 기소했다. 이 밖에 A 씨가 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명의를 제공해 준 의사 D(67) 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 기소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사무장 병원’ 4곳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4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조합원이 모두 탈퇴한 의료생협을 인수하거나 의료선교회에 출연금을 납부하고 이사장에 취임하는 방법으로 3개 병원을 개설했다. 나머지 한 곳은 C 씨의 명의를 빌려 개설했다. A 씨가 운영한 병원 중 한 곳은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고용한 의사가 3명, 간호사가 25명에 달했다. B 씨와 C 씨는 A 씨의 병원에 환자를 소개하고 그 대가로 각각 1400만 원과 135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A 씨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해 실형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지만, 출소 4개월 만에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사무장 병원을 다시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으로 병원을 개설하고, 환자를 소개한 대가를 받는 등 사무장 병원이 각종 범죄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사무장 병원은 보험급여를 빼돌리거나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