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 물금취수장 맞은편
- 소감천 따라 200여 공장 빽빽
- 배수·우수로 오염물질에 노출
- 얕은 하천 물 썩어 악취 진동
- 개발 압력에 못 이긴 지자체
- 관리·감독 손놓거나 모르쇠
- 2007년 폐수 방류 사건 발생
- COD 기준 빠진 수계법도 문제
20일 오전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공단 일대. 부산 시민의 상수원인 낙동강 물금취수장 맞은편에 위치한 이 공단은 개천인 소감천을 따라 매리2교 입구부터 소감마을과 신촌마을을 지나 산 중턱까지 개천 양쪽으로 4㎞가량 길게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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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낙동강 수계에 자리 잡은 경남 김해 매리공단 일대에 크고 작은 200여 공장이 난립해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공장폐수에 노출된 낙동강
공단 입구에 도착하자 중앙선이나 인도 없이 제대로 포장조차 되지 않은 폭 4~5m의 도로를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개천을 따라 산골짜기 쪽으로 들어가자 무질서하게 난립한 크고 작은 공장 200여 개가 있었다. 업종은 레미콘을 비롯해 건축자재, 조선부품, 금속, 화학 등으로 다양했다. 평지가 없는 산골짜기로 올라갈수록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옆에 공장이 위치했다. 공단 내는 기반시설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소감천 바로 옆에 위치한 야적장에서는 건물 2층 높이로 쌓인 고철이 노출돼 있어 비가 오면 오염된 물이 그대로 개천으로 유입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해 보였다. 공장 사이에 만들어진 배수·우수로는 관 형태가 아닌 윗부분이 뚫린 상태여서 각종 폐기물과 오염물질에 상시 노출돼 있었다.
개천 주변으로 가까이 가자 매캐한 화학물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심 10㎝도 안 되는 물은 흐르지 못하고 해캄(녹조류)이 가득 낀 채로 썩어가고 있었다. 하수 배출로에는 물이 없는 상태였지만 악취가 진동했다. 소감천은 공장에서 배출한 각종 오·폐수와 생활오수에 노출돼 있고 중류와 하류로 갈수록 오염 정도가 심했다. 이 개천은 부산과 경남 시민의 취수원인 낙동강으로 이어져 있다.
마을주민 이모(여·68) 씨는 “공장이 들어서지 말아야 할 곳에 생기다 보니 주민이 겪는 불편함과 열악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비가 오거나 날씨가 안 좋을 때는 개천에서 나는 악취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한 공장에서 소감천에 페놀, 구리, 벤젠 등이 포함된 폐수를 방류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감천에서 500~600m가량 떨어져 있는 대포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러 공장으로 둘러싸인 대포천은 상동면을 동서로 가로질러 낙동강 본류로 흘러가는 길이 약 9㎞, 폭 30m가량의 하천이다. 수심 10㎝ 정도가 보일까 말까 할 정도로 녹조가 잔뜩 낀 채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당시 김해매리공단저지와 낙동강 상수원 보호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국장이기도 했던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김해시는 관리·감독의 손을 놨고 부산시는 모르는 척하는 상황에서 낙동강의 상수원이 주변의 개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더 오염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낙동강과 인접한 일정 구간을 시범구역으로 묶어 관리하는 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계법이 역설적으로 공장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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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감천으로 흘러가는 이 일대 공장의 하수구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매리공단뿐만 아니다. 낙동강 수계에는 상류부터 하류까지 매리공단과 같은 크고 작은 공단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공단은 2002년 낙동강 수계법 이전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수계법 제정 전 100개 6882만 ㎡ 규모 수준의 낙동강 인근 공단은 현재 217개 1억3317만 ㎡로 배 이상 급증했다. 부산시민의 취수원인 물금취수장 인근에 위치한 김해 매리공단도 2006년 조성됐다.
이렇게 공장이 급증한 배경은 무엇인가. 낙동강 수계법에 따른 수질오염총량제 시행으로 오히려 공장이 늘었다. 수질 개선의 인센티브로 개발이 허가됐기 때문이다. 수질오염총량제는 오염물질의 배출 총량을 정해 관리하는 개념으로, 일부 오염도가 개선된 만큼 개발이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계획적인 이용과 개발을 허용하는 제도다. 이렇게 공장이 급증하면서 공장폐수가 주원인인 COD(화학적산소요구량) 수치도 급증했다. COD는 2002년 5.8㎎/ℓ에서 2003년 5.1㎎/ℓ로 낮아지는 듯했으나 2005년 6.2㎎/ℓ, 2009년에는 7.1㎎/ℓ까지 치솟았다. 올해 9월 기준 6.3㎎/ℓ로 COD 수치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현재 오염물질 총량규제 항목에 COD는 포함돼 있지 않아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태다.
공장이 많아 낙동강에서 특정 유해물질 검출도 빈번히 일어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정수장 70곳을 대상으로 수돗물 중 미규제 미량 유해물질을 조사한 결과 대구 문산정수장에서 발암물질인 나이트로소아민이 검출됐다.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어 규제되지 않는 미규제 유해물질은 지금도 낙동강에서 빈번히 발견되고 있다. 그 물을 마시는 부산시민은 그만큼 유해물질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부산대 오정은(화공생명·환경공학부) 교수는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기준으로만 수처리를 하니 COD 수치는 사실상 방치 수준”이라며 “오염 배출원 관리부터 이뤄질 수 있도록 낙동강 수계법이 좀 더 세밀하게 손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정 조민희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