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생폭행 의혹 CCTV 확인과정
- 적은 급식·수업부실 등 정황
- 전직교사도 “원생 식사량 부족”
- 시교육청 영업정지 내릴 방침

학원으로 영업허가를 받은 뒤 어린이집처럼 운영한 부산의 한 사설 보육시설(놀이학교)이 부산시교육청에 적발됐다. 이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는 교사의 원생 폭행과 교육과정 사기 의혹을 경찰에 제기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일부 학부모는 이 시설에 아이당 연간 1000만 원(방과후수업 종일반 등 기준)이 넘는 고가의 보육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에 이런 형태의 불법 보육시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져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

부산시교육청은 A 보육시설의 운영 실태를 조사해 벌점 초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14일 밝혔다. 교육청 조사 결과 이 보육시설은 어학원으로 허가받고 어린이집처럼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보육시설에서는 ▷어학원으로 허가받고 어학 외 다른 교육 제공 ▷강사 채용 시 미등록 ▷현금 영수증 미발행 등 문제점도 확인됐다.

이 보육시설의 문제는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거진 교사의 원생 폭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드러났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가 교사에게 맞았다는 말을 듣고 시설 내 CCTV 공개를 요구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경찰이 CCTV 영상을 확인하면서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했다. A 보육시설 학부모 김모 씨는 “아이에게 제공되는 음식의 양이 부족했고, 원장이 한 약속과 달리 친환경 식재료도 사용하지 않았다. 수업 또한 처음 설명한 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보육시설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한 B 씨도 김 씨와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했다. B 씨는 “일하던 당시 40명이 넘는 원생에게 닭 2마리로 끓인 삼계탕을 주거나 1000㎖ 우유 3팩으로 급식을 줬다. 이런 식으로 운영하니 양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과후교육 비용에 따라 비싼 수업은 외부 강사를 불러야 했지만,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 씨를 포함한 일부 학부모는 해당 보육시설의 행태가 사기나 아동복지법상 방임에 해당한다며 최근 경찰에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는 불안해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기 중에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며 “아이는 놀이학교에 계속 다니고 싶어하는데, 맡길 곳이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보육시설 원장 C 씨는 폐원을 결정했지만, 강한 유감과 함께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육청 조처에 대해 C 씨는 “적법한 공모 절차를 밟아 인가를 받고 건물까지 지었는데 중간에 문제가 생겼다. 다른 놀이학교 또한 우리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