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덕위의 요새 삭사와만
- 잉카족의 흔적이 곳곳에
- 산 속 염전으로 유명한
- 살리나스 데 마라스 거쳐
- 모라이의 농업 유적 경외
- 늙고 젊은 봉우리 바라보며
- 제국멸망의 흔적을 더듬다
해발 3300m에 위치한 쿠스코(Cuzco) 공항에 내려 시내 중심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부근에 숙소를 잡고 누에보 문도(Nuevo Mundo) 커피숍에 앉아서 그 상호의 뜻처럼 ‘신세계’, 이제는 사라진 잉카 제국과 잉카 문명의 오래된 신세계로 들어갈 길을 눈동냥하고 있었다. 여정을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투어로 정하고 광장으로 나서자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음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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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카 제국과 잉카 문명을 상징하는 마추픽추의 전경. 신비하고 경이로운 기운이 서려 있다. |
“오! 하늘의 주인, 위대하신 콘도르여./ 나를 고향으로, 안데스산맥 위로 데려가요. 오! 위대하신 콘도르여./ 잉카의 형제들과 함께하기 위해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게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입니다, 오! 위대하신 콘도르여./ 쿠스코 광장에서 저를 기다려 주세요./ 우리가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를 거닐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광장 여기저기에서 전통 민요 ‘엘 콘도 파사(El Condor Pass)’를 피리 같은 잉카의 께나(Quena)로, 여러 개의 케냐를 다른 길이로 엮어서 만든 안타라(antara)로, 또는 전통 악기와 기타로 번갈아 가면서 연주하고 있다.
나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행사로 가서는 ‘쿠스코/마추픽추 4박 5일’로 일정을 잡고는 SNS에 올려 가족에게 안부를 전한다. 여행사의 권유로 일정은 우루밤바 강(Urubamba River)을 따라 잉카의 유적이 폐허로 남아 있는 피삭(Pisac) 루트 대신 그나마 흔적이라도 볼 수 있는 친체로(Chinchero) 루트로 가는 것이다.
■제국의 수도 쿠스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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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카 제국 수도였던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 |
출발지 쿠스코는 스페인의 점령(1572년) 이전까지 제국의 수도였다. 제국의 수도인 만큼 도시는 남미 인디오 아이마라 족(the Aymara)의 신화에 의해 창조된다. 아이마라족의 아야(Ayar) 형제는 도시를 창조하기 위하여 미래로 날아가 땅의 소유를 표시한 혈통을 남긴다. 이후 도시는 킬케(The Killke)의 킬케 문명(9~12세기), 잉카(The Inca) 족의 잉카 문명(13~19세기), 스페인의 가톨릭 문명(19세기)의 세례를 받는다.
도시의 중앙 광장을 출발하여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이 시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삭사와만(Saksaywaman)이다. 이곳은 12 세기 킬케 족이 세운 언덕의 요새로 13세기 잉카족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세계가 하늘, 땅, 지하로 되어 있고 그곳을 독수리, 퓨마, 뱀이 각각 지배한다고 믿는 잉카족은 쿠스코를 퓨마의 형상으로, 이곳을 퓨마의 머리 형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스페인은 가톨릭으로 개종하지 않는 잉카족을 학살하는 처형장으로 사용한다. 용서를 빌 듯 언덕에는 도시를 향해 양팔을 벌리고 가슴 속으로 품으려는 거대한 예수상이 서 있다.
■우루밤바 계곡 따라 길은 이어지고
안데스 고산지대 달콤함이라 불리는 페루의 커피 찬차마요(Chabchamayo),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과즙 카무카무(Camumcamu)를 채 마시기도 전에 다음 여정 친체로(Chinchero) 마을로 향하여 발길을 재촉한다.
해발 약 4000m에 위치한 마을의 원주민은 제국을 건국한 케추아족(Quechua)이며, 여전히 제국의 전통적인 직물을 생산하고 의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남자들은 붉은색으로 장식된 판초(Pancho 한가운데에 머리를 내놓는 구멍이 있는 담요 같은 외투)를 입고 여자들은 길게 땋은 머리 위에 둥근 테가 달린 중산모자를 덮어쓰고 있다.
마을을 떠나 우루밤바 계곡을 끼고 푸르른 하늘과 흰 구름을 머리에 이고 곧 떨어질 것 같은 좁고 굽은 낭떠러지 길을 따라서 신성한 계곡(The Sacred Valley of the Incas)으로 들어서면 산속 염전으로 유명한 살리나스 데 마라스(Salinas de Maras)를 거쳐서 모라이(Moray)에 닿는다. 제국 이후에 이루어진 염전을 뒤로하고 다다른 모라이에서 만나는 것은 제국의 농업 유적이다. 그 유적은 수로를 잘 갖춘 원형으로 된 농작지가 계단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계단에 따라서 다른 작물을 재배한 흔적이 남아 있다. 제국의 기반인 직물과 농업 생산을 둘러본 다음 기다리는 것은 멸망의 흔적이다.
■잉카 문명의 한복판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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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추픽추로 가는 길에 지나게 되는 역사 유적의 마을 오이얀타이탐보. |
그 흔적은 스페인의 정복에 저항했던 제국의 지도자 유팡키(Manco Inca Yupanqui, 1516~1544년)의 근거지 오이얀타이탐보(Ollantaytambo)와 아구아스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를 거쳐서 가면 마추픽추에 보존되어 있다.
미국 역사학자 빙엄(Hiram Bingham, 1875년 11월 19일~1956년 6월 6일)에 의해 1911년 7월 24일 발견되기 전까지 그 존재를 알려주지 않은 도시. 잉카 제국과 잉카 문명을 상징하는 늙은 봉우리 ‘마추픽추’(Machu Picchu)와 젊은 봉우리 ‘와이나픽추’(Huayna Picchu), 태양과 달의 신전, 신성한 광장과 바위, 천문 시계 인투와타나(Intihuatana) 등을 둘러보고도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늙고 젊은 봉우리에서 내려올 때 저 멀리서 우리에 갇혀 있는 라마(Lama)가 침을 뱉고 있는 듯, 고산 지대에 서식하는 꾸이(Cuy)가 새처럼 높은 음조로 ‘꾸이, 꾸이’ 울면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 울음이 울려 퍼지는 푸른 하늘에 부산의 옛 국가들, 변진독로국, 거칠산국, 가락국의 이름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민병욱 교수 부산대 국어교육과 bmw@p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