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지난 7월 계획단 140명 모집
- 4차례 토론회 거친 후 대안 반영

도시계획은 전문가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느껴진다. 지역개발의 틀을 짜고, 도로망을 구축하며, 도심재생 계획을 세우는 일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주제다. 그래서인지 종전 도시계획은 전문가와 공무원이 다 짜놓고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는 방식에 그쳤다. 이렇게 늘 일반 시민은 도시계획의 객체가 돼왔다.

	김인환 부산시 도시계획실장이 14일 시 기자실에서 2030 부산도시기본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하지만 부산시는 이번 2030 부산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이전과 다르게 시민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도시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시민이 설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간 수도권에서 도시계획 수립에 시민을 참여시킨 사례는 일부 있었으나 부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이 배제된 ‘하향식’ 계획 수립에서 벗어나 시민이 참여해 각자가 대안을 제안하는 ‘상향식’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시는 도시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 7월 시민계획단을 뽑았다. 140명 모집에 300명이 넘는 시민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의외로 시민들의 참여도는 높았다. 지원자 중 연령별, 성별, 지역별로 안배해 계획단을 꾸렸다.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포함되는 등 계획단 구성은 다양했다.

시민계획단은 ▷일자리 ▷신해양수도 ▷생활안전 ▷균형발전 ▷문화복지 ▷미래세대 등 6개 분과를 구성해 지난해 8, 9월 네 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했다. 여기서 나온 의견들이 2030 도시계획에 반영됐다. 시민계획단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해양수도 부산’을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시 서태원 도시계획과장은 “매주 토요일 4, 5시간 토론회를 하는 데도 참여율이 80%를 넘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부산시 최상위 도시정책이 결정되는 괄목할 성과를 얻어 앞으로도 도시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시민을 참여시키는 방식을 정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