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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35> 김해 분산성 둘레길

깎아지른 성벽 아래 김해평야·서낙동강… ‘아’ 탄성 절로

  • 국제신문
  • 박동필 기자
  •  |  입력 : 2017-11-05 19:09:1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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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파크~천문대 2㎞ 코스
- 오랜 세월 침략 막던 격전지
- 해은사·대왕전·릉·파사탑 등
- 수로왕 부인 허황옥 인연 곳곳

- 시원한 바람 가득 가을 숲길
- 역사체험과 힐링을 동시에

경남 김해시 도심 한복판인 분산에 위치한 분산성(해발 326.8m)은 바다와 접한 특성상 오랜 세월 외적의 침략을 막았던 격전지였다. 성내에 2000년 전 인도에서 김수로왕에게 시집 온 허황옥의 인연이 깃든 해은사(海恩寺)가 있어 가야 시대부터 축조되기 시작한 성곽이라는 설도 제기된다.

가야테마파크~분산성 동문~해은사~만장대~봉수대~천문대(2㎞)로 이어지는 분산성 길은 명품 둘레길로 꼽힌다. 1시간~1시간20분이 걸리는 이 길은 김해 시가지를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데 이견이 없다. 잎새마다 오색의 단풍물이 살포시 내려앉은 요즘, 이곳을 찾으면 허황옥에 얽힌 사랑 이야기에 흠뻑 빠져 들게 된다.
   
김해시 도심 한복판에 있어 시가지를 조망하기 좋은 분산성 둘레길을 한 탐방객이 걸어가고 있다.
■가야의 향기를 맡다

분산성으로 가는 길은 가야를 주제로 한 각종 놀이 및 문화시설인 김해가야테마파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산을 오르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테마파크가 8부 능선에 위치해 일반 평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길을 오르자 저 멀리 테마파크에서 ‘딱, 딱’하는 소리와 함성들이 산 정상 주변의 공기를 찢어놓는다. 아스팔트 길을 벗어나 흙길에 다다르자 코를 상쾌하게 하는 피톤치드(천연 방향제)가 사방으로 퍼진다.

숲길을 20여 분 걸었을까. 산등성이 하나를 돌자 ‘아’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온다. 구불구불 올라간 길 끝에 분산성 동문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성곽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 김해평야와 영운마을, 어방동 주택가들은 물론, 저 멀리 은갈치처럼 햇빛을 반사하는 서낙동강이 고고한 자태로 드러누워 있다. 그 너머로 장난감처럼 작은 항공기들이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김해공항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인도서 온 허황옥을 만나다

   
해은사 경내에 있는 김수로왕과 허황옥을 모신 대왕전. 박동필 기자
좁은 산길을 오른 뒤 ‘불이문(不二門·둘이 아니다는 내용)’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해은사 정문을 통과하자 민가의 가옥처럼 아담한 사찰이 모습을 드러낸다.

동행한 조은주 문화해설사는 “해은사는 2000년 전 김해에 도착한 허황옥이 인도 아유타국에서 무사히 항해를 도와준 바다에 감사한다는 뜻에서 지었다고 한다”고 들려줬다. 경내 기왓장, 돌과 풀 하나에도 허황옥과 인연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 보였다.
대왕전(大王殿) 경내에는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영정이 나란히 걸려 있다. 대왕전 뒤에는 허황옥이 배에 싣고 왔다는 석탑을 형상화한 파사탑이 세워져 있다.

사찰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길을 재촉하자 숲속에는 분산성의 수축(다시 쌓는 것) 내력을 기록한 충의각이 모습을 보인다. 축조 당시 관여한 인물로 고려 때 충신인 정몽주의 글과 흥선대원군의 공적 등이 새겨진 비석 4기로 보호곽 내에 우뚝 서 있다.

   
흥선대원군의 친필이 새겨진 만장대 모습.
구름 낀 날씨지만 숲길은 시원한 바람으로 상쾌하다. ‘쏴’하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바람이 몰아치자 숲은 무희처럼 온몸을 떤다.

이윽고 거대한 바위군(群) 아래를 상반신을 구부린 채 통과하자 흥선대원군의 친필이 새겨진 만장대(萬丈臺)와 마주한다. 흥선대원군은 분산성을 가리켜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만 길이나 높은 대’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친필을 하사했다는 것. 이어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 걷자 지난해 김해시에서 명명한 ‘왕후의 노을’ 언덕에 도착한다.

허왕후가 남편과 함께 올라 고향인 서쪽 하늘을 보며 눈물지었다는 곳이다. 성 아래에는 수로왕릉, 왕비릉, 구지봉 등 무수한 전설과 가야인들의 혼이 서린 유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옛 모습 간직한 북문 성곽

   
외적이 침입할 경우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가덕도에서 처음으로 올려진 봉화는 녹산 봉수대를 거쳐 곧장 이곳에 도착한 뒤 한양으로 향했다.

고증을 거쳐 복원된 봉수대 전망은 김해에서 최고로 꼽힌다. 슬픔을 간직한 듯 웅크리고 앉은 돗대산의 모습도 보인다. 2002년 4월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곳이다. 잠시 숙연한 마음으로 성곽을 따라 하산하니 멀리 성곽 서문이 보인다.

잘 정비된 성곽을 따라 산길을 오르자 이번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30m 성곽보존구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깔끔하고 정교하게 복원된 것과는 달리 일일이 쌓은 듯 큰 돌과 작은 돌이 삐뚤삐뚤 축조된 모습에서 인간미마저 느껴진다. 이 많은 돌을 산 아래에서 이곳으로 옮겼을 민초들의 희생과 노고에 마음이 아렸다.

조 해설사는 “분산성 길은 역사 체험과 힐링이 어우러져 가족 단위로 찾기에 안성맞춤”이라며 “둘레길을 걸은 뒤 야간에는 인근 천문대에서 별 체험, 테마파크에서는 놀이체험을 한 후 캠핑시설인 카라반에서 숙박하면 금상첨화”라고 소개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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