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데르센 고향 오덴세시에
- 저작권 문제 등 협조요청 약속
- 기장군, 전시품 대여 등 계획

부산 기장군에 ‘깜짝 손님’이 방문했다. 그 주인공은 토마스 리만 주한 덴마크 대사다. 대체 덴마크 대사가 무슨 일로 기장군을 찾았을까.

토마스 리만 주한 덴마크 대사가 최근 부산 기장군을 방문해 안데르센 동화마을 사업 계획을 관계자에게서 듣고 있다. 기장군 제공

리만 대사는 지난달 26일 기장군 장안읍을 방문했다. 장안읍과 리만 대사의 연결점은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다. 안데르센은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백조 왕자’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기장군은 안데르센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실제 안데르센이 기장을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기장군에 안데르센의 이름을 딴 시설이 운영 중이거나, 조성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장군은 지난해 8월부터 장안읍에 안데르센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극단 가마골이 맡아 운영 중인 안데르센 극장은 국내 세 번째로 완성된 아동 전문 극장이다. 게다가 최근 기장군은 안데르센 동화마을 조성 계획(본지 지난 7월 18일 자 8면 보도)을 발표했다. 안데르센 동화마을은 장안읍 도예관광힐링촌 대지(10만㎡)에 조성된다. 27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기장군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2020년 완공 예정이다. 안데르센 작품을 주제로 한 체험공간 등이 들어선다.

리만 대사의 방문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사관 직원 단 1명이 리만 대사를 수행했다. 그는 기장군이 안데르센에 푹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으로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일 오전 해운대 지역에서 일정을 마치고 오후 기장군에 도착했다. 리만 대사는 특히 안데르센 마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기장군에 안데르센 마을의 상업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안데르센이라는 이름이 행여나 상업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기장군 관계자는 “상업성이 없고, 정부 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리만 대사는 특히 장안읍의 깨끗하고 조용한 자연환경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기장군은 고무된 분위기다. 리만 대사가 안데르센의 고향인 덴마크 오덴세시에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기장군은 안데르센 마을을 최대한 오덴세시의 모습을 살려 조성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저작권이었다. 오덴세시의 안데르센 생가를 본 따 조형물을 만들면 저작권 분쟁 등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만 대사의 방문으로 오덴세시와 소통하면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됐다. 기장군은 본격적으로 오덴세시와 소통하게 되면 전시품 대여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기장군 김종천 문화관광과장은 “오덴세시는 바로크 양식 건축물 등으로 유명한데, 현지 모습을 그대로 옮길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