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선없는 항구는 생명력 잃어”
- 시민단체 사업 백지화 요구

남해안 대표 관광도시인 경남 통영시의 중심항인 ‘강구안’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최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도심 속 노후항을 정비해 친수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과 어선이 드나드는 항구 그대로 존속시키자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통영시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통영시 중심항인 강구안 전경. 통영시 제공

30일 경남도와 통영시 등에 따르면 남해안 해양관광 기반조성을 위해 통영 강구안을 친환경 항만으로 재정비하는 ‘강구안 친수공간 조성사업’을 다음 달 중 착공할 계획이다. 288억 원을 들여 강구안 일대 2만4047㎡에 강구안 역사길(386ｍ), 다목적 녹지광장(246ｍ), 이벤트광장(109ｍ), 예술인 거리(114ｍ), 연결 교량(92.5ｍ) 등을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휴식장소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게 사업 핵심이다. 이를 위해 강구안 해안선을 따라 덱을 설치해 공간을 확보하고, 이곳에 정박 중인 어선을 대체항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대체항은 135억 원을 들여 최근 미수동 부두(길이 280ｍ)와 도천동 부두(길이 320ｍ)를 완공했으며, 일부 어선과 행정선은 이미 대체항으로 이전했다.

도와 시는 강구안에 수백 척의 어선이 무질서하게 정박돼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는 데다 주변 도로가 협소해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강구안 친수공간 조성사업의 조감도.

조성사업은 다음 달께 착공에 들어가 2020년 4월 완공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도심 속 노후 항만을 친수관광 미항으로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의 문화휴식공간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구안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항구로 어선과 바다의 풍경이 매력적이며, 어선이 없는 항구는 생명력을 잃게 돼 정체성이 되려 훼손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강구안이 지닌 천혜의 어항·피항·미항으로의 기능을 상실하고 해안선을 따라 500개가 넘는 흉물스러운 기둥을 설치할 경우 바다가 좁아지고 악취가 진동해 죽은 바다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자연문화유산 통영항 지키기시민연대’는 이날 통영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온·오프라인 12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존속(75%)이 개발(25%)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다음 달 초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장관, 경상남도지사, 마산해양수산청장 등을 잇따라 방문해 사업 백지화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통영을 상징하는 싱싱한 활어들을 실은 어선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생동하는 어항, 빼어난 풍광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강구안은 그대로 존속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