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 없어 나섰다고 주장했지만
- 임추위 위원 추천 의결서 빠져
- 역대 사장은 퇴임전 의결권 행사
- 공사 측 “규정상 문제 없어” 해명

부산시와 교통공사는 그동안 차기 교통공사 사장 후보자가 없어 박종흠 전 사장이 제5대 사장 공모에 다시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지난 6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드러났다.

26일 부산교통공사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지난 6월 부산교통공사 이사회가 사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 2명을 의결했다. 당시 박 전 사장은 이사회에 참석했지만, 임원추천위원 선정에는 나서지 않았다. 박 전 사장이 퇴임 후 사장 공모에 나서려고 일부러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사장은 지난 5일 임기를 마쳤고 최근 제5대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부산지하철 노조는 지난 6월부터 박 전 사장이 또다시 사장직에 응모하려고 서병수 부산시장과 무리하게 이를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2015년 정부 경영평가에서 부산교통공사가 ‘다’ 등급을 받아 박 전 사장은 지방공기업법상 연임 대상이 아니다. 바로 연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다시 사장 공모에 나서는 쪽으로 꼼수를 썼다.

남원철 노조 사무국장은 “역대 사장은 차기 사장을 뽑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안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면 박 전 사장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다음 사장 공모에 나가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부산교통공사의 역대 사장들은 임원추천위원을 뽑는 데 의결권을 행사했다. 2008년 임기를 마친 제1대 김구현 사장은 퇴임 전 사장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에 참여했다. 또 2011년 임기를 마친 안준태 2대 사장도 퇴임 한 달 전 임원추천위원 선정안을 의결하는 데 동참했다. 다만 제3대 배태수 사장만이 2014년 6월 지방선거 후 갑자기 사임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사회 규정상 제척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차기 사장을 뽑는 인사를 의결하는 자리에서 본인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해 박 전 사장이 이미 지난 6월 제5대 사장직에 응모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시민단체는 박 전 사장이 차기 사장 공모에서 자진 사퇴하기를 촉구했다. 부산참여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부산시장이 자격이 없는 박 전 사장을 공공기관 기관장으로 임명하려 한다면 시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