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초 하나가 켜졌다. 이날 불 밝힌 초 하나는 들불처럼 번졌다. 1700만 개의 촛불은 평화롭지만 엄중했다. 촛불은 결국, 정권을 바꿨다. 촛불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통치자는 그 누구든 끌어내릴 수 있다는 주권자의 경고였다. 그 후 1년, 촛불은 내년 지방선거와 지방분권을 향하고 있다. 혁명의 끝은 주권자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6개월간 1700만 명이 참여한 촛불집회는 전 세계가 인정한 주권자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이었다. 지난해 12월 9일 당시 국회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다수당이었음에도, 촛불 민심이 뜨거워지자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도 탄핵안 인용을 촉구하는 민의를 수용했다. 헌법상 국민 주권 조항을 구현한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한국해양대 김태만(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촛불은 특정 개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 아닌 시민이 정치의 주체임을 표현한 혁명이었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잘못하면 뒤집을 수 있다는 의식을 시민에게 심어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올해 인권상 수상자로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한민국 국민을 선정했다. 1925년 설립된 이 재단은 비영리 단체로, 독일에서 가장 유서 깊은 정치재단이다. 1994년 처음 제정된 인권상은 매년 세계 각지에서 인권 증진에 탁월한 공헌을 한 개인이나 단체가 받았다. 하지만 특정 국가의 국민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촛불이 켜진 지 1년, 그 정신은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향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여러 선거 중 시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사실상 시민의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 부산대 김희재(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지방의회는 시민의 무관심 속에 국회의원에 예속된 또 다른 지역 정치인을 재생산하는 구조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달리 정치 엘리트가 독점할 뿐 생활인이 진출하기 힘들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촛불 정국서 보여준 시민 행동으로 혁명을 완성해야 한다”고 촛불 1주년의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도 “그간 부산에서 20년 넘게 특정 정당이 권력을 독식했다. 이는 대구나 광주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정치 권력 구조에서는 시민을 위한 공약과 행정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양 처장은 또 “30%의 표로 의석의 90%를 장악하는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대통령도 지방 분권에 의지를 보이는 지금이 정치 개혁의 적기다”고 말했다. 박호걸 이준영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