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관련 부상 2111건
- 목줄·입마개 착용 의무화불구
- 인력난에 단속 사실상 손놓아

개에 물려 죽거나 다치는 사례가 급증하는 데도 동물보호법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 가능성이 있는 개에게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고 외출하는 경우가 잦은데도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에서는 최근 3년간 단속 건수가 20여 건에 불과하다.

22일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최시원(30) 씨는 SNS 계정에 자신의 반려견이 김모(여·53) 씨를 물어 숨지게 한 일에 대한 사과글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인 A 씨가 최 씨 가족이 기르던 프렌치불도그에 물렸다. 당시 반려견에는 목줄이나 입마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6일 패혈증으로 숨졌다.

부산에서도 개 사고가 증가추세다. 지난 8월 부산 영도경찰서는 70대 주민을 문 개 주인 김모(여·4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달에는 전북 고창에서 산책하던 40대 부부가 사냥개 4마리에 물려 크게 다쳤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재옥(자유한국당·대구 달서을)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 사고에 따른 병원 이송환자 건수’는 2014년 1889건에서 지난해 2111건으로 늘었다. 부산에서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70여 건을 기록했다.

반면 법률상 안전 조치는 허술하다. 동물보호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맹견 소유자는 맹견을 동반해 외출할 때 목줄과 입마개 착용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맹견 종류는 ▷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를 포함한다. 이를 어기면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가 행인을 공격해 다치게 하는 경우에도 보호자의 과실치상이 적용돼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피해자와 보호자가 합의할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사람을 문 개도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4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에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단속된 건수는 20여 건에 그쳤다.

부산대 김선구(동물생명자원과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반려견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개 소유주들은 개를 귀엽다고만 생각하지 사나운 짐승의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모른다.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