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자 허위 경력증명서 발급도
- 연제서, 협회 간부 등 6명 입건

부산시 복싱협회 일부 간부가 선수에게 지급되는 훈련비를 강압적으로 뜯어내거나 공금을 몰래 빼돌리다 적발됐다. 일부 체육관장은 허위 서류를 이용해 경기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포츠계의 도덕적 해이가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부산시 복싱협회 간부 이모(47) 씨를 비롯한 고위 간부 3명과 복싱 체육관장 3명을 공갈·업무상 횡령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13년 7월께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 선수 A 씨에게 “대표선수 선발에 내 도움이 필요하니 훈련비를 반납하라”고 강요했다.

A 씨는 부산시 체육회와 모교로부터 지원받은 훈련보조비 가운데 88만 원을 이 씨에게 건넸다. 당시 A 씨는 부산시 대표 선수로 선발된 상태였다. 선수 입장에서는 이 씨가 대표선수 선발에 영향력이 크고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심판으로 활동하기도 해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지시를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복싱협회 실무 책임자인 조모(49) 씨는 2011년 10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부산시 체육회가 지급한 훈련보조금 2800만 원을 빼돌려 개인 부채를 갚거나 임원 접대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체육회는 전국체전이나 전국소년체전 개최 전 부산 대표선수들에게 전지훈련비를 지급한다.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도 교통비·숙박비·식비를 제공한다. 조 씨는 이 돈을 받아 관리하면서 전지훈련에 실제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속여 금액을 부풀리고 차액을 복싱협회 임원과 심판 접대비로 유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 씨는 또 훈련비가 입금된 공용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해 빚을 갚기도 했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복싱협회 운영에 필요한 돈을 내 돈으로 먼저 사용하고 그만큼 돌려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 씨는 복싱 체육관장 3명에게 ‘부산시 복싱협회가 운영하는 복싱팀에서 3년 이상 코치로 근무한 적이 있다’는 허위 재직증명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관장 임모(47) 씨를 비롯한 3명은 허위 서류를 제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2급 경기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급 경기 지도사가 되려면 3년 이상 지도 경력이 있어야 한다. 경력을 증명하면 실기와 구술 면접을 거쳐 자격증이 발급된다.

그러나 부산에는 시체육회 소속 복싱팀이 있을 뿐 부산시 복싱협회는 팀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경찰 조사 결과 허위로 자격증을 발급받은 3명 중 1명은 복싱 선수 경력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아마추어 체육계에 아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비리가 저질러지는 것 같다.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