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김해·거제지역 정치권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현 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파기하고 신공항을 가덕도에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경남 김해시의회에서 김해공항 소음 저감 방안으로 인제대 박재현 교수가 김해신공항 활주로를 11자 형 남쪽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덕도 신공항 주장의 불을 지핀 것은 김해지역 국회의원들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김해갑) 김경수(김해을) 의원은 최근 약속이나 한 듯 잇따라 가덕도 이전을 주장했다.

민 의원은 지난 10일 오전 김해시청을 예고 없이 방문한 자리에서 “김해공항을 동남권 허브공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24시간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부산과 김해 대도시를 끼는 김해신공항은 여건상 24시간 운영도, 돈이 되는 화물기 운영도 불가능하다. 평소 강조한 대로 신공항은 가덕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경수 의원도 지난달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해신공항이 24시간 관문 공항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이전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이고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것을 고려할 때 이들의 발언이 여권의 기류를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해에서는 정치권 외에 신공항반대대책위원회가 결성돼 백지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류경화 대책위원장은 “김해신공항은 시민 생활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가덕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거제에서도 가덕도공항 지지 발언이 나왔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정쩡하게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기존 김해공항 확장 대신 가덕도 추진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두고 격렬한 갈등을 빚었던 신공항 입지 문제가 지난해 김해공항 확장으로 일단락 난 상황에서 다시 김해를 중심으로 가덕 이전 주장이 나오는 일차적 배경은 김해지역의 소음 공포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김해신공항 확장 발표 이후 김해시가 경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한 항공기 소음 관련 용역자료에 따르면 김해공항이 확장되면 김해지역 소음 피해 구역은 현재(1.96㎢)보다 6.2배 넓은 12.22㎢에 이르고,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는 시민도 전체(53만 명)의 16%인 8만6000명(3만5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또 현실적으로 동남권 관문 공항이 되려면 24시간 운영과 활주로 3.8㎞ 확보를 통해 대형 여객기·화물기의 이착륙이 가능해야 하는데 기존 공항 확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과 경남이 여야 간 치열한 접전지로 부상하면서 대형 이슈 선점 차원에서 치밀한 계산 아래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권 입장에서는 대구 경북의 경우 K2 이전 문제가 확정됐으므로 부산과 경남(김해)만 합의하면 가덕 이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지역 정치권의 관계자는 “마침 김해지역 주민 모임인 신공항대책위가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 ’를 요구하는 데다 자유한국당도 이에 편승해 여권 입장에서는 이참에 ‘가덕도 이전’이라는 큰판을 짜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동필 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