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가 5000억 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협력사 지분을 차명 소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원 3명을 비롯한 KAI 전·현직 경영진 9명도 분식회계와 채용 비리·횡령에 관여한 혐의로 무더기로 기소됐다. KAI에 자녀를 부정 취업시킨 혐의를 받는 경남 사천시 국장급 간부는 뇌물수수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11일 하 전 대표를 구속기소하며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 전 대표는 KAI가 2013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협력업체에 선급금을 과다 지급하고 자재 출고 시점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매출 5358억 원과 당기순이익 465억 원을 부풀리는 회계 분식을 주도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KAI가 분식 재무제표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6514억 원을 대출받고 회사채 6000억 원과 기업어음 1조940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고 보고 하 전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경영진은 부풀린 업무 성과를 바탕으로 총 73억 원의 상여금을 챙겨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받는다.

KAI는 방위사업청에 경공격기 FA-50을 납품하면서 부품 견적서를 위조해 원가 129억 원을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 전 대표는 주요 협력사인 Y사 대표에게 수리온 헬기 부품을 납품하는 T사를 세우도록 요구하는 한편 T사 지분 5억 원(액면가)을 차명 보유한 혐의(배임수재 등)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