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오래된 미래 도시'를 찾아서 <35>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만난 자연과 나비

우연히 찾아온 행운처럼, 나비의 날갯짓 도심을 홀리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10 18:44:47
  •  |  본지 22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아름다운 날갯짓에 매료돼
- 말레이시아 전역을 다니며
- 나비 수집·번식에 몰두한
- 데이비드 고의 열정은
- 1100종류·1만 마리가 숨쉬는
- 곤충 유토피아를 탄생시켰다

- 자연과 인간의 동행은 이렇다
- 도심서 멀어져야 자연이 아니라
- 도시 근처 작은 공원에서도
- 생명이 움틀 공간은 충분하다

“나는 나비를 잡는 주인집 아들을 도와주면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나는 그전에 나비를 보지 못했다. 하얀색, 붉은색, 노란색 날개가 나를 최면에 빠뜨렸다.”
   
말레이시아 페낭을 대표하는 생태 관광지인 엔토피아(페낭 니비 농장)의 나비와 꽃. 엔토피아 홍보 홈페이지
“나비가 날 때, 당신은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나비의 아름다움을 보려고 하면 꽃이 만발한 숲을 따라 가야 합니다. 나비는 갑작스러운 움직임과 그림자를 두려워하므로 천천히 움직입니다. 꽃에 머물러 있는 순간, 나비는 당신에게 복잡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데이비드 고(David Goh, 1944년생)는 말레이시아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나비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들려준다. 그는 나비를 통하여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깨닫고는 나비농장을 설립했다.

말레이시아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지역 조지타운(George Town, Penang)을 둘러보고, 페낭 국립공원에서 트레킹을 마치면서 휴식을 취하려고 페낭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였다. 나비를 잡으려는 친구를 거들어주다가 그만 아름다운 날갯짓에 데이비드 고가 정신을 빼앗겼듯이, 농장 입구 벽면을 가득 채운 ‘엔토피아(ENTOPIA Entomological Utopia 곤충 유토피아)’라는 간판을 보고는 매혹을 느꼈다. 나비 박사 석주명(1908년 10월 17일~1950년 10월 6일), 함평나비대축제(1998년 시작)로 이미 나비에 어느 정도 익숙한 한국인에게 그곳은 새롭고 낯선 곳으로 다가왔다.

■ 한 남자의 나비 사랑, 기적을 낳다

   
엔토피아 전경.
엔토피아에 들어섰다. 데이비드 고가 나비의 아름다움을 찾아 말레이시아 전역을, 동남아시아 열대 우림을 다녔던 길을 입구에서부터 화살표로 안내한다. 마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비의 날갯짓을 따라서 숲속 샛길로 트레킹을 하듯 화살표의 경로를 따라가면 ‘자연지대(Natureland)’라고 이름 붙인 야외 정원이 기다린다. 자연지대는 하양, 깜장, 빨강, 파랑, 노랑 등 서로 어우러지면서도 단색으로 선명하게 빛나는 날개를 고이 접거나 펼쳐 나뭇가지나 꽃잎에 머물러 앉아 있는 나비들, 화사한 빛깔을 에어브러시처럼 뿜어대며 날갯짓하는 나비들로 가득하다.

이곳 나비들은 탐방로 주변 곳곳에 있는 우리 안에서 자신을 알리는 표지판을 밖으로 내걸고 살아간다. 나비가 사는 곳 주위로 음악과 시냇물이 함께 흐른다. 나비들은 이곳에서 사마귀, 메뚜기, 개구리, 두꺼비, 악어, 도마뱀과도 함께 살아간다.

그렇게 어울려 살아가는 이곳의 나비는 1100종류, 1만 마리가 넘는다. 데이비드 고는 그 많은 나비를 어떻게 수집했을까? 그는 나비의 멸종 원인이 수집이 아니라, 서식지 파괴에 있음을 알고는 나비를 잘 길러 번식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는 가난했기에 여러 직장을 전전하면서도 잦은 수집 여행을 다녔고 나비 번식에 몰두했다. 마침내 대량으로 나비를 기르는 길로 접어들자 나비 표본을 만들어 기념품 가게를 열고는 나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

■ 관광도시 페낭을 대표하는 명물로

   
페낭 국립공원 트레킹 도중에 만난 말라카 해협.
1981년 어느 여름날 행운은 우연히 가게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온다. 당시 페낭의 바투 페링기(Batu Ferringhi) 해변에서 휴식을 즐기던 클라이브 파렐(Clive Farrell, 1948년 생)이 기념품 가게로 들어선다. 런던 버터플라이 하우스(London Butterfly House, 1981년 설립) 활동을 비롯하여 나비 보존가와 수집가로 널리 알려진 파렐과 우연한 만남으로 그는 1986년 3월 열대 지방의 첫 번째 나비 하우스인 페낭 나비농장(Penang Butterfly Farm)을 설립하고 공개한다. 그것이 엔토피아의 출발이다. 페낭 나비 농장은 그 뒤 페낭을 대표하는 최고의 생태와 자연 관광지로 각광받았고, 대규모 재단장을 거쳐 2016년 엔토피아로 새롭게 출발했다.
엔토피아(페낭 나비농장)의 1층에서는 자연과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나비들의 삶을, 2층에서는 그 나비들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번식과 육성의 과정을 보여줬다. 나비들이 다른 동물과 함께 사는 야외 자연지역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고치(Cocoon)’라고 이름 지은 곳으로 가게 된다. 자연 속에서 화려하고 다채롭게 살아가는 나비들이 성냥갑 같은 작은 상자 속에 표본으로 누워 있거나, 매우 작고 가느다란 침으로 꽂혀 유리 상자 속에 있는 모습을 여기서 만나게 된다. 나비의 생활, 가계와 고향, 신화와 전설도 나무 표지판으로 보여준다.

‘고치’를 벗어나 농장 밖으로 나오는 길목에는 나비의 일생을 그린 시네마 룸, 자연 애호가를 위한 전문 매장, 개인 수집가를 위한 표본 판매소, 나비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 등이 있다. 엔토피아는 데이비드 고의 아들 조셉(Joseph Goh)에게 이어지면서 거듭났다. 엔토피아의 비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가면서 살기이다. 자연에 대한 열정과 최선을 다하는 동행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 나비 날갯짓에서 느낀 자연

   
나비 날갯짓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니다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열정의 삶을 개척한 한 낯선 페낭 사람의 삶까지 느끼고 나비농장을 나오자 석양이 붉게 타올랐다. 다음 날 아침 고산 지대 카메런 하일랜드(Cameron highland)를 향해 길을 나섰다. 엔토피아 방문 경험은 고산 지대까지 가야만 자연과의 조화를 체감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대도시라도 쌈지 공원 등을 생명의 기운이 깃든 공간으로 가꿀 여지는 충분하지 않은가. 내 고향 부산의 공원들이 새삼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민병욱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bmw@pusan.ac.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이야기 공작소-부산…스토리 갈맷길
아트 갈맷길
걷고 싶은 길
창원 저도 비치로드
눈높이 사설 [전체보기]
예술인은 표현의 자유를 양보할 수 없다
붉은불개미 피해 예방대책 세워야
뉴스 분석 [전체보기]
삐걱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탈핵단체 보이콧 경고
‘비정규직 제로화’ 결국 뒷걸음
뉴스&이슈 [전체보기]
수난당하는 부산 소녀상, 합법화 목소리 높다
다이제스트 [전체보기]
청암 양규명 선생과 동래트레킹 外
부산 초량왜관 속속들이 역사 트레킹 外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전체보기]
에스키모와 이누이트-코리안 사물놀이
American Indian 송 : Native American 송
스토리텔링&NIE [전체보기]
잘 만든 콘텐츠 하나, 열 기업 안 부러워요
1인 가구 시대…젊은층도 많대요 ‘외로운 죽음’
신통이의 신문 읽기 [전체보기]
외래종의 습격…주민도 생태계도 시름시름
어른도 못한 ‘똥학교’(대변초등학교) 개명, 아이들이 해냈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체보기]
“개발 걸림돌 된다” 인성교육관 건립 반발
부산경찰 과속적발 1년새 18배
이슈 추적 [전체보기]
서면 통과 BRT(버스중앙차로) ‘민원폭탄’…서병수 시장 선택 기로
커지는 “엘시티 특검” 목소리…검찰 재수사 여부도 촉각
포토에세이 [전체보기]
외나무다리 위 상여
넘실대는 분홍물결
현장&이슈 [전체보기]
“휴식도 좋지만 늦으면 일감 끊겨” 화물차 기사 속앓이
항쟁현장서 열린 부산기념식, 여야 지역 국회의원 대거 불참
경상남도청 서부지사
경남개발공사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