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나갔다 들어오니 죽어있어
- 아빠로부터 죽였다는 말 들어”
- 시신 함께 옮겨… 경찰 영장

딸의 친구를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모(35) 씨가 살인 혐의를 시인했다. 이 씨의 딸은 친구에게 수면제를 건네고 시신을 내다 버리는 일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10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중랑경찰서는 10일 “이 씨가 딸 친구 A(14) 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시인했다”며 “범행 동기와 살해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딸에게 A 양을 집으로 부르라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의 딸은 집으로 온 A 양에게 수면제를 건넨 것은 물론 A 양의 시신을 이 씨와 함께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날까지 A 양 시신을 유기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를 부인하던 이 씨는 이날 경찰의 추가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이 씨의 딸은 경찰에서 “A양에게 ‘집에서 영화를 보고 놀자’고 해 집으로 데려와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하고 나가서 다른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들어오니 A 양이 죽어 있었다”며 “아버지에게서 ‘내가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 양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받았다.

이 씨 딸과 A 양은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 과거에도 이 씨 집에 여러 차례 놀러 온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사망한 부인 최모(32) 씨가 좋아했던 아이라는 이유로 A 양을 부르라고 딸에게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 딸은 A 양이 집으로 찾아오자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건네 마시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씨 딸이 A 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기 전날 아버지 이 씨와 사전에 모의했으나 살인 행위가 이어질 것임을 알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아버지가 시킨 행동을 꼭 해야 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면제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이 씨가 집안에 다수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 딸은 A 양 시신을 검정 여행가방에 담아 이 씨와 함께 차에 싣고 강원도 영월 야산에 버렸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이 씨는 A 양을 살해한 뒤 형과 지인 박모(구속) 씨를 만났다. 또 박 씨 차량을 이용한 것 외에는 특별히 다른 사람을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 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 “딸에게 미안하다”며 흐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A 양 시신 부검 결과 성적 학대를 받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 씨에게서 그와 관련한 성적 취향도 확인된 바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 씨가 ‘지적 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는 점도 확인하고 그가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는지 가릴 방침이다. 경찰은 이 씨 딸도 범행을 도운 혐의(사체유기 등)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수법을 추가 조사 중이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