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희망하는 주민에게
- 65㎎ 단위로 자유롭게 배포
- 기장군, 보건소에 46만정 보관

미국은 주민이 희망하면 지역정부(주정부)가 갑상선 방호약품(KI)을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다. KI는 갑상선암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약품이다. 방사능에 노출되기 6~1시간 전에 먹어야 90%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약품을 상시 보관해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미국 미들타운에서 나눠주는 방호약품.

우리나라에서는 KI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처방전이 없으면 사전에 배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역정부가 KI를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이유다. 부산 기장군 정의정 원자력방재담당은 “기장군은 46만 정을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나눠 보관하고 있다”며 “KI는 방사선 피폭 이후 6시간 이내 복용해도 약효가 50% 이하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640만 정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의 비영리조직인 ‘참여과학자조직’에 따르면 1979년 발생한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원전 사고는 미국이 갑상선 방호약품을 민간에 미리 배포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국립방사선보호기구(National Council on Radiation Protection)는 이미 1977년 ‘KI를 방사능 누출 상황에서 갑상선암 발병을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국립방사선보호기구의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이는 자연스레 방재당국의 약품 확보 부족으로 이어졌다. 주정부가 KI 구매에 나서지 않으니 펜실베이니아주의 제약사가 KI를 충분히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TMI 사고 때 미 공군이 다른 주에서 KI를 공수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경험 탓에 현재 미국의 KI 배포는 한국보다 나은 편이다. 미국은 KI를 65㎎ 단위로 나눠 배포한다. 어른과 미성년자(3~12세)는 각각 130㎎와 65㎎을 복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성년자들이 130㎎짜리 알약을 반으로 쪼개 먹어야 한다. 유아의 경우에는 32.5㎎이 복용기준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KI 한 정을 4조각으로 쪼개 먹어야 한다.

부산시는 지난 2월 경남 거제시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워크숍에서 KI의 사전배포를 허용할 수 있도록 약사법 23조의 개정을 요청했다. 법 개정이 힘들다면 원전 반경 5㎞ 이내 주민에게 KI를 미리 배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산시 이창호 원자력안전과장은 “KI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관련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영업활동에 방해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복용 시점이 중요한 만큼 최소한 고리원자력본부 인근 가정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미들타운= 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