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의 핵발전소서 9기 가동
- 재난관리국, 원자로 다각도 살펴
- NRC 통해서도 원전정보 받아
- 신속·정확한 정보 투트랙 수집

- 한국은 원자력안전위에 전권
- 부산시·기장군 정보접근 제약
- 원전사고 은폐해도 속수무책
- 지자체 상시 감독권 부여해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는 원자력발전소와 인연이 깊다. 1965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핑포인트 1호기가 건설됐다. 1979년 3월에는 스리마일 아일랜드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나 도시 전체가 악몽에 떨었다. 현재 펜실베이니아주에는 5개의 핵발전소(원자로 9기)가 가동 중이다. 주정부가 원자력규제위원회(NRC)보다 더 원자력발전소 감시에 매달리는 이유다.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재난관리국이 운영하는 재난상황실 전경. 김준용 기자

■원자로 실시간 감시하는 주정부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원자력발전 정보는 NRC를 통해 제공받는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주는 원자로 9기의 정보를 직접 수집한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재난관리국(PEMA)의 상황실 한구석에는 실시간으로 원자력발전 정보가 표시되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다. PEMA는 펜실베이니아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난 방재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비상훈련부터 대피까지 모두 PEMA가 관할하기 때문에 연방정부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 수집이 필수다.

실시간 감시 시스템 설치의 계기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참사였다. PEMA 자네티 원자력안전실장은 “보다 정확한 정보를 빨리 모으기 위해 발전사업자에게 데이터를 전달받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폭발 당시 일본 민간 발전사업자인 도쿄전력이 사고 규모를 축소·은폐하면서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시간 모니터를 통해 원자로 내부 상황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자네티 실장은 “후쿠오카 사태는 원자로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일본 방재당국은 사고 정보를 받고 있었지만 원자로 내부 압력을 살펴보는 데는 실패했다. 이러한 이유로 방재당국인 주 정부가 발전소를 직접 감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PEMA는 실시간 감시를 통해 재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짜뉴스의 전파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SNS를 통해 퍼져나가는 헛소문을 차단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PEMA는 재난이 발생하면 가짜뉴스를 차단하는 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한국은 규제기관에 의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가동 중인 9기의 원자로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니터.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정보 대부분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의존하고 있다. 부산시나 기장군도 마찬가지다. 상업용 발전소의 정보를 자치단체가 직접 수집할 수 있는 통로는 없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국내 원자력 시설 관리업무가 중앙정부의 소관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상업용·연구용을 포함한 원자력발전 시설을 원자력안전위가 모두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비판한다. 2012년 2월 고리원자력본부의 외부 전원이 끊기고 비상 디젤발전기까지 가동되지 않아 냉각 시스템이 12분간 멈춘 일이 있었다. 당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건은 한 달 동안이나 공개되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의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됐다면 이러한 은폐 시도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지적이 나왔다. 최근 대전시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성 물질을 무단폐기한 사실이 발각돼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정부나 원자력안전위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대전시와 유성구는 뒤늦게 지난 5월 원자력연구원과 ▷고준위 방사성물질을 사용한 실험 ▷방사성폐기물 반출·입을 위해 대전시나 유성구와 사전에 안전대책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의 지역정보위원회와 유사한 기구인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있다. 그러나 실질적 감시 권한은 매우 미약하다. 전문가들은 민간환경감시기구의 권한·책임을 원자력안전법에 명시하고 언제든 원자력발전 시설에 출입해 감독과 검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시 이창호 원자력안전과장은 “현행법상 원자력 시설은 중앙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돼 있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안전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버그=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