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조사서 “1400만 원 반환”
- 대행업체 대표도 돈 전달 시인
- 사전 승인 없이 기증 작가에
- 1억 원 지원한 의혹도 수사

경찰이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핵심 인사 A 씨가 작가에게 지급된 작품 유지보수비를 빼돌렸다는 의혹 규명에 나섰다. 유지보수비를 받은 한 작가는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A 씨에게 모두 준 게 맞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산비엔날레가 작품을 기증한 또 다른 작가에게 재료비 명목으로 1억 원을 건넨 이유도 수사 중이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지난 22일 A 씨에게 작품 유지보수비 일부를 건넨 것으로 의심받는 참고인 2명을 불러 조사했다고 24일 밝혔다. 부산비엔날레는 2015년 바다미술제에 작품을 전시한 고 손현욱 동아대 교수와 또 다른 작가 B 씨에게 각각 800만 원씩 총 1600만 원을 지급했다. 부산비엔날레가 작가에게 보수비용을 직접 준 경우는 이때가 유일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나와 손 교수에게 지급된 유지보수비 가운데 세금계산서 발급 비용 200만 원을 뺀 1400만 원을 A 씨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또 “숨진 손 교수의 부탁을 받고 유지보수비를 A 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교수에게서 100만 원을 받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C 씨도 “손 교수와 절친한 사이였다. 손 교수의 부탁으로 800만 원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700만 원을 B 씨에게 줬다. B 씨가 손 교수의 돈까지 A 씨에게 전달한 것 같다”면서 “왜 두 작가가 A 씨에게 유지보수비를 되돌려줬는지는 모른다. A 씨가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지보수비가 실제로 A 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보강 조사를 마치는 대로 A 씨를 소환할 계획이다.

경찰은 유지보수비 횡령 의혹 외에도 부산비엔날레 예산 집행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비엔날레가 2015 바다미술제 출품작을 기증한 작가에게 1억 원을 지급한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이다. 당시 부산비엔날레는 총회나 임원회의 사전 승인 없이 1억 원을 지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산비엔날레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려면 참고인 조사는 물론 금융계좌도 들여다봐야 한다”며 “신중한 조사를 거친 뒤 피고발인 A 씨를 소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손 교수의 유족들은 “작품 유지보수비가 실제 유지보수에 쓰이지 않고 A 씨의 수중에 들어갔다”며 지난 18일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A 씨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금시초문이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봐야겠다”고 한 뒤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김봉기 기자 supe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