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에서 열린 동성애 찬반집회에 크고 작은 마찰이 벌어졌다. 

	부산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동성애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들고있는 피켓을 보며 퍼레이드를 하고있다. 사진=김민훈 기자

2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광장 일대에서 성 소수자(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의 인권 증진을 위한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서울과 대구에 이어 부산에서 세 번째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비온뒤무지개재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QIP), 성소수자부모모임, 부산녹색당,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등 40여 개 시민 단체 등이 45개 부스를 운영했다. 이들 단체는 무대 공연을 비롯해 프리허그, 기념품 판매, 차별금지법 제정 서명운동 등을 실시했다.

퀴어축제조직위 관계자는 “이날 행사로 성 소수자의 인권 증진에 한 발짝 도약했다”면서 “부산 경남의 성 소수자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조직위는 이날 1만 명의 성 소수자와 일반 시민이 행사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날 구남로 광장에서 500여 m 떨어진 옛 해운대역 광장에는 동성애 반대 집회인 ‘2017 레알 러브 시민축제’를 개최됐다.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시민연대) 측은 ‘동성 간 성행위를 인권과 사랑으로 포장하지 말라’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동성애를 비판했다. 박경만 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동성애의 잘못된 점을 알리고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맞불 집회를 마련했다”면서 “최근 국회에서 동성애·동성혼 합법화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근본을 흔드는 시도다”고 강조했다. 시민연대 측은 이날 행사에 4천 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 장소에서 상반된 두 단체가 동시에 대규모 집회를 열었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다만 크고 작은 마찰은 곳곳에서 발생했다. 동성애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부산퀴어문화축제 행사장을 피켓을 든 채 둘러싸며 인간 띠를 형성했다. 또 이들은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의 퍼레이드 코스(해운대해수욕장과 동백섬 일대 2.8㎞ 구간)에도 일렬로 인간 띠를 형성해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두 집회 참가자들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행사장 일대에 경력 800명을 배치해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을 막았다. 김민훈 기자 minn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