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하천둑길에서 숨진 채 나체로 발견된 20대 여성은 10년 넘게 가깝게 지낸 지인의 남자친구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청주 여성 살인 사건 피의자 A 씨. 연합뉴스

심지어 친분을 이어 온 지인은 남자친구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도록 폭행하는 동안 이를 옆에서 지켜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32) 씨는 지난 18일 밤 술을 마시던 중 여자 친구 B(21) 씨로부터 “아는 언니가 나를 험담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화가 난 A 씨는 술에 취한 채 B 씨를 차에 태우고 19일 0시20분께 피해자 집으로 찾아갔다.

피해자는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하자”는 두 사람의 말에 차에 올랐다.

피해자는 B 씨와 15년가량 같은 지역에 살며 친하게 지내온 사이였으며, A 씨 또한 4년 전부터 알게 된 터라 큰 의심 없이 따라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도심에서 10㎞가량 떨어진 옥산면 하천 인근으로 이동한 뒤 말다툼에 이어 폭행이 시작됐다.

A 씨는 주먹과 발로 피해자를 수십 차례 때렸고, 인근 밭에 있던 흉기도 폭행에 동원됐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을 상황까지 치닫자 A 씨는 성폭행 사건으로 위장하려 “옷을 벗으라”고 윽박질렀고, 피해자는 옷을 벗은 상태에서 다시 폭행당해 숨졌다.

A 씨는 피해자의 스마트폰과 지갑을 챙긴 뒤 벗어둔 옷가지를 현장 인근에 버리고 달아났다.

하지만 CCTV 영상을 토대로 탐문 수사를 벌인 경찰은 20일 새벽 1 10분께 강원 속초에서 A 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조사를 벌인 끝에 현장에 A 씨와 B 씨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파악했다.

경찰은 21일 살인 혐의로 A 씨의 구속영 장을 신청하고, B 씨를 살인방조 혐의로 체포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