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과중 고용불안이 원인 꼽혀
- “고용질서·노무관리 인식 부족”
- 사측에 체계적 상담교육 등 권고

올해 2명의 마필관리사가 극단적인 선택(본지 지난 5월 29일 자 6면 보도)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경마장) 소속 마필관리사의 34%가 우울증 고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는 19일 부산경남경마장 마필관리사를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 조사를 한 결과 34%가 우울증 고위험군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우울증 증세의 원인으로는 ▷1년 계약에 따른 고용 불안 ▷월별 급여의 불안정성 ▷바쁜 업무에 따른 가정생활 소홀이 주로 꼽혔다.

고 박경근(38)·이현준(36) 마필관리사의 자살 원인으로 지목됐던 고용 불안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다른 마필관리사들도 느꼈던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도 드러났다. 고용부는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2일까지 부산경남경마장과 14개 협력사·조교사 32명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벌였다. 그 결과 산업안전법 위반이 525건에 이르렀다.

특히 마주에게 말 관리를 위탁받아 마방(마굿간)을 운영하는 조교사들이 최근 5년간 62건의 산업재해를 은폐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부는 이 중 255건은 사법 처리하고 270건에 대해서는 4억661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부산경남경마장 전·현직 본부장 4명과 협력사 대표 1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노동관계 법령 위반도 107건 적발됐다. 비정규직 임금 미지급부터 최저임금 위반까지 유형도 다양했다. 고용부는 이 중 51건은 사법처리하고 55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4940만 원을 부과했다.

시설 관리 외주화에 따른 관리 소홀 문제도 드러났다. 고용부는 보일러·크레인과 같은 위험 기계·기구 78대의 방호장치가 불량했고 조명탑·방송중계탑을 비롯한 47곳에는 추락 방지시설이 없다고 밝혔다. 동물병원에 비치된 유해화학물질이 작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측정되지 않았고 관리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부는 마사회에 통합적 직무 스트레스 예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체계적인 상담·교육을 하도록 권고했다. 또 마필관리사의 고용과 안전을 위해 비경쟁성 상금을 확대하거나 기본급 비중을 늘리도록 했다.

고용부는 “부산경남경마장과 조교사 일부는 고용 질서를 위반하고 노무관리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