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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휴식도 좋지만 늦으면 일감 끊겨” 화물차 기사 속앓이

4시간 운전 후 30분 휴식

  • 국제신문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17-09-18 23: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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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음운전 방지책 현실과 멀어
- 오후 6시까지 트레일러 반납
- 시간 어기면 다음날 일 못 받아
- “화물업계 고질적 하청구조 탓”

“빨리 안 가면 내일 공칩니다. 졸린 눈 비벼가며 서두르는 수밖에 없어요.”

정부가 사업용인 화물차·버스기사의 졸음운전 방지 대책을 추가로 내놓자 현장에서 나온 반응이다. 정부는 기사들에게 휴식을 강제하는 반면 기사는 휴식시간을 지킬수록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레일러 기사들은 “컨테이너 반납 시간만 자유롭게 해주면 쉬지 말라고 해도 쉴 것”이라며 현실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국토교통부는 18일 ‘교통안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27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여객·화물 운송 사업자의 차로 이탈 경고 장착 의무화 대상을 확대하고 디지털 운행 기록 장치 위반 과태료를 10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7월 발표한 졸음운전 방지대책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끊이지 않는 화물차 사고의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보고 기사의 휴식을 강제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사업용 차량 기사가 4시간 운전하면 30분을 의무적으로 쉬도록 의무화하는 개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시행했다. 지난 7월에는 전국에 70여 곳의 졸음 쉼터를 추가 설치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화물차 기사의 현실은 다르다.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트레일러 기사들은 매일 오후 5시30분이 ‘데드라인’이다.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반납 시간인 오후 6시 이전까지 도착해 컨테이너 청소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상태가 지저분하면 선사가 반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면 다음 날 일감을 배정받지 못한다. 선사에서 대기하다가 갑자기 나오는 일감을 받는 수밖에 없다. 트레일러 기사 A(37) 씨는 “늦으면 내일 일을 못 하는데 누가 휴게소에서 쉬겠나. 대부분 화물차 기사가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과속방지장치와 운행기록 장치를 조작해 졸음을 참고 과속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트레일러 기사 B(45) 씨는 화물업계의 고질적인 하청 구조를 지적했다. B 씨는 “화물차 기사는 화주-대기업 물류 회사-운송사 다음에 자리 잡고 있다.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있다 보니 먹고 살기 급급해 잠을 참고 운전대를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많은 선사가 야간수당을 아끼려고 주간에만 컨테이너를 받는다. 24시간 컨테이너를 하역할 수 있다면 정부에서 쉬지 말라고 해도 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화물차 교통사고는 2만9128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2.5%에 달했다. 사망자도 996명에 이른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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