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터장이 직접 응대하다 쓰러져
- 사무실 찾아가 직원 멱살잡기도
- 경찰 업무방해 혐의 체포, 구속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베테랑 상담원이 30대 고객으로부터 하루 평균 5시간 욕설을 듣다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쓰러졌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악성 민원인’을 구속했다.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산 A사는 민원인 B(36)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B 씨를 체포해 최근 구속했다. B 씨는 A사 본사와 콜센터에 7일 동안 200여 차례 전화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루 평균 통화 시간은 무려 5시간에 달했다.

콜센터 기록에 따르면 B 씨는 지난달 20일 오전 11시30분께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며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메뉴얼에 따라 통화를 하다가 서비스 장애가 아니라고 판단해 ‘B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안내했다.

그러자 B 씨는 “수리 기사를 불러주면 될 일이지 상담원이 왜 고객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냐”며 욕설을 시작했다.

상담원에서 팀장·실장·센터장으로 대상을 바꾸며 계속해서 항의하던 B 씨는 급기야 “서비스 장애 때문에 아이가 죽을 뻔했다. 보상금 150만 원을 주지 않으면 언론사에 제보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이날 밤 10시 상담센터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상을 검토해보겠다”고 하자 A 씨는 전화를 끊었다.

B 씨는 다음 날 또 전화를 했다. 상담센터가 “보상금을 책정하려면 장애 발생 경위와 피해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자 B 씨는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B 씨는 센터장에게 “당신들 제정신이냐. 당장 부산으로 내려와라”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휴일이던 20일 B 씨를 응대하느라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센터장은 통화 내내 숨을 몰아쉬며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상담센터 녹취에는 “어서 119에 빨리 전화해”라고 외치는 동료들의 다급한 외침이 담겨 있다. 당시 B 씨는 “와, 이것들이 연기하고 있네”라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A사 측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센터장은 정신적 충격이 심해 8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발급됐다”고 전했다.

B 씨는 센터장이 쓰러진 이날 본사에 찾아가 “보상금을 주기로 했는데 본사에서 막은 게 아니냐”고 따지며 직원 멱살을 잡고 의자를 던지려고 하는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B 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B 씨를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A사는 다음 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도를 넘어선 B 씨의 행동 때문에 상담원의 피해가 심했다”고 말했다.

A사 측은 “상담원이 민원인에게 두 차례 욕설 중지 요청을 한 뒤도 욕설이 계속되면 전화가 자동응답기로 넘어가도록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