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다른 차량 통행 막고 체포

- 고속도로 음주운전 2.5배 증가

70대 운전자가 만취 상태에서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에 진입해 8㎞를 역주행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운전자들의 빠른 신고와 경찰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다행히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고속도로 음주운전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고 있는 트럭(원내).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도로교통법위반 혐의(음주운전·역주행)로 김모(78)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14일 밤 9시3분 동해선(부산~포항 고속도로) 부산방면 도로를 8㎞가량 역주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을 크게 웃도는 0.183%였다.

이날 울산에서 술을 마신 김 씨는 경북 경주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신의 1ｔ 트럭에 시동을 걸었다. 김 씨가 남경주IC를 통해 고속도로에 진입한 시점은 이날 오후 8시43분.

울산 쪽으로 23㎞를 달린 김 씨는 울산 울주군 범서IC 근처에서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렸다. 상행선을 타고 동경주 IC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하행선으로 진입한 것이다.

자신이 집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 씨는 곧장 유턴해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차 10여 대는 깜짝 놀라 급히 차선을 변경해야 했다.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는 차가 있다”는 첫 신고가 접수된 오후 8시55분부터 경찰이 김 씨를 붙잡은 밤 9시3분까지 16건의 신고가 빗발쳤다. 경찰은 도로공사와 함께 CCTV로 김 씨의 차를 뒤쫓으며 가장 가까운 순찰차에 상황을 전파했다. 출동한 경찰은 정상적으로 달리던 차량의 서행을 유도한 뒤 모든 차를 정차시키고 마주 오는 김 씨의 트럭을 막았다.

경찰 관계자는 “고속도로에서 나간 뒤 바른 방향으로 재진입하면 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할 정도였다. 대형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이 올해 고속도로 음주 단속을 강화한 결과 지난 10일까지 음주운전 200건이 적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0건의 2.5배나 된다.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 적발이 늘어난 반면 도심에서는 지난해 1만6567건에서 올해 9844건으로 40%나 감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 차로로 들어가면 음주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운전자가 많다. 모든 차로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적발된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