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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그림 2장으로 되찾은 일본 반출 문화재

15세기 보물급 유물 ‘묘지’

  • 국제신문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17-09-12 22:41:49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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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맹준 전 부산박물관장 등 2명
- 1998년 밀수 전 발견 필사·제보
- 2014년 일본인 소장 확인되자
- 그림 증거 설득… 최근 기부받아

“문화재 밀매단에 빼앗긴 15세기 조선시대 묘지가 다시 돌아왔다니 눈물이 납니다.”
조선 전기 인물인 이선제의 무덤에서 도굴됐던 묘지가 일본으로 밀반출된 지 19년 만에 반환됐다. 사진은 이선제 묘지 앞(위) 뒷면과 밀반출되기 한달 전인 1998년 5월 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이던 양맹준 전 부산박물관장이 남긴 그림. 연합뉴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국외재단)이 조선 전기 호남을 대표하는 필문 이선제(1390∼1453)의 무덤에서 도굴됐던 묘지(墓誌·망자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묻은 돌이나 도판)가 1998년 6월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밀반출됐다가 지난달 24일 19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12일 밝혔다.

이선제 묘지의 높이는 28.7㎝, 장폭 25.4㎝이며 1454년 조선 시대 단종 때 상감 기법으로 만들어진 분청사기다. 명문은 앞면 뒷면 측면에 248자가 있다. 보물로 지정된 분청사기 상감 묘지 4점이 15세기 전반에 완성돼 제작 시기는 늦지만, 묘지의 주인공이 명확하고 형태가 독특해 보물급이란 평가를 받는다.

묘지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데는 이 자료가 도난품임을 입증하는 그림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림을 그린 이는 당시 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에서 근무하던 양맹준(66) 전 부산박물관장과 최춘욱 감정위원이다. 2013년 부산박물관에서 퇴임한 전 관장은 현재 부산시 문화재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양맹준 전 부산박물관장. 전민철 기자
이날 만난 양 전 관장은 20여 년 전 일을 생생히 떠올리며 감격해 했다. 이선제 묘지는 일본으로 빠져나가기 약 한 달 전인 1998년 5월 김해공항에서 먼저 반출 시도가 있었다. 그는 “당시 묘지를 보자마자 최 감정위원과 함께 도난문화재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둘은 묘지의 반출을 불허한 뒤 3, 4일 동안 문화재감정관실에 유치하면서 두 장의 그림으로 남겼다. 또 이를 바탕으로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에 제보 조서를 보냈다. 묘지가 중요한 문화재인 것은 알았지만 도난 문화재 기록에 올라있지 않아 압류조치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없었다.

양 전 관장은 “당시에 보고서를 전국의 공항과 항구 등에 뿌렸으나 결국은 일본으로 밀반출됐다. 그때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회상했다. 전남 광주에 있던 이선제의 무덤에서 알 수 없는 시기에 도굴된 묘지는 두 사람의 노력에도 결국 한 달 뒤 국내 문화재 밀매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숨겨져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다.

국외재단은 2014년 10월 행방이 묘연했던 묘지의 존재를 일본에서 확인한 뒤 환수에 공을 들였다. 두 장의 그림에 묘지의 형태와 명문(銘文)까지 자세하게 묘사돼 현대에 불법적으로 매매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일본인 소장자(도도로키 구니에)를 설득할 수 있었다.

강임산 국외재단 팀장은 “두 분의 성실한 공무원이 없었다면 불법 도난품이란 사실을 규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환수 이유가 불법 도난품이란 사실을 이야기하니 소장자도 마음을 열었다”고 두 사람의 공을 치켜세웠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선제 묘지는 기증자의 뜻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박물관은 오는 2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조선실에서 이선제 묘지를 전시한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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