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경찰서, 2명 영장 신청키로

지난 1일 부산 여중생을 폭행한 또래들이 보복폭행(본지 지난 5일 자 7면 보도)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의 늑장·부실수사 정황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가해자들의 범행동기가 ‘보복폭행’이었다는 사실을 언론보도 이후 파악했다. 또 가해학생들이 또다른 범행을 저질러 보호관찰(성인의 집행유예) 중이었다는 점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상해와 특수상해 혐의로 중학생 정모(14) 양과 김모(14) 양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특수상해 혐의로 윤모(14) 양을 불구속 입건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촉법소년인 한모(13) 양은 소년부에 송치한다.

이들은 지난 1일 밤 9시께 피해자 A(14) 양을 사상구 엄궁동의 골목으로 끌고 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김 양은 지난 6월 29일 다른 중학생 3명과 함께 사하구의 한 공원과 노래방에서 A 양을 폭행했다. 또 A 양 부모가 자신들을 고소하자 보복하기 위해 폭행했다고 경찰에서 시인했다.

1차 폭행사건으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로부터 사회봉사처분을 받고 선도프로그램까지 이수했으나 자신들이 고소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앙심을 품은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달 1일 폭행사건 발생 직후 범행동기에 대해 “가해자들이 피해자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서”라고 밝혔다. 그러자 피해 여중생 학부모는 SNS를 통해 “명백한 보복폭행”이라고 반발했다. 범행 동기는 처벌 수위와 연관돼 있어 중요하다. ‘보복폭행’은 경찰이 기존에 적용한 ‘특수 상해’ 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가해자들이 보호관찰 상태인 것도 모르다가 지난 4일에서야 파악했다. 조사를 위해 불구속 중인 가해자들에게 연락했다가 부산가정법원이 가해자들을 보호관찰 위반으로 소년원에 위탁한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이다.

가해자 김 양은 특수절도 혐의로 지난 4월부터 다음 달까지 보호관찰 중이었다. 정 양도 공동폭행 혐의로 지난 5월부터 1년간 보호관찰 상태로 현재 다른 사건으로 소년부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소년범 관리는 법무부 산하여서 보호관찰 처분을 곧바로 파악하기 힘들었다”면서 “만약 보호관찰 중인 것을 알았다면 구속영장 신청이 더 빨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6월 1차 폭행사건 때는 피해 여중생이 있는 병원에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피해 여중생의 부모는 “경찰이 늑장 대응을 하다가 언론에 내용이 공개되자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며 질타하고 있다. 경찰은 또 2차 폭행사건 초반에도 피해자 폭행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김봉기 기자 supe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