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폭락에 출하량마저 감소
- 쌓이는 재고에 한숨만 푹푹

“경남 양산은 살충제 계란 청정지역인 줄 알았는데….”

동남권 최대 산란계 산지인 양산 농민들이 소위 ‘멘붕’ 상태에 빠졌다. 지역의 한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불똥이 지역 농가 전체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산은 지난 8월 살충제 계란 파문 때 검사대상 25개 농가 모두가 적합 판정을 받아 살충제 계란 청정지역으로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이에 힘입어 계란 출하량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진정될 기미를 보였는데 이번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후유증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살충제 파문으로 계란 소비가 위축되면서 재고가 쌓이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농가별로 평상시보다 3배가량 재고가 늘어난 상태다. 양산시 상북면에서 3만여 마리의 산란계를 사육하는 A농가의 경우 20여 일 전부터 계란 출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재고량이 10만여 개로 창고가 가득 찼다.

상북면에서 산란계 4만여 마리를 사육하는 B농가도 계란 재고량이 평소보다 3배 많은 1만5000판(1판 30개)이 쌓여 있다. 보관 장소가 부족한 데다 유효기간이 지나 일부는 폐기하는 실정이다.

B농가 관계자는 “설상가상으로 지역 농가에서 살충제까지 검출돼 재고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상당량을 조만간 추가로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A 농가 농장주는 “지난달 중순 살충제 파문으로 계란 한판 가격이 6000원에서 3000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져 가뜩이나 타격이 큰데 지역농가의 살충제 사태까지 겹치니 이제는 희망이 없다. 계란 농장을 접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고 토로했다.

일부 농가는 계란 재고가 쌓이자 45주 이하의 어린 닭까지 소위 털갈이를 하는 등 고육지책까지 강구하고 있다.

통상 털갈이는 연령이 60주 이상 되는 닭을 상대로 한다. 털갈이는 일정 연령의 닭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먹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몸속을 정화해 다시 달걀을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폐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어린 닭을 대상으로 할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