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일본 간토 지역에서 일본인이 저지른 학살의 참상을 밝히고 일본 측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기 위한 유족회(본지 지난 26일 자 6면 보도)가 발족했다.

	30일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열린 ‘간토(관동)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희생자 유족회’ 발족식에 참가한 재일동포 오충공(62) 영화 감독이 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기자 kjj1761@kookje.co.kr

30일 부산 남구 국립강제동원 역사관에서 ‘간토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희생자 유족회’ 발족식이 열렸다. 발족식에는 희생자 7명의 유족이 참가했다.

유족회가 대학살 94년이 지난 후 꾸려진 것은 한일 양국 정부차원에서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유족도 모두 간토 대학살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재일동포 영화감독 오충공(62) 씨가 지난 5년간 양국을 오가며 찾아냈다. 오 감독이 만난 유족 중 가족이 관동대학살 때 희생된 사실을 알고 혼자서 진상을 밝히려고 노력해왔던 사람도 있었지만, 피학살 사실을 아예 모르는 유족도 있었다.

이날 유족으로 참석한 권재익(61) 씨는 “외할아버지는 일본에 건너간 지 두 달만인 1923년 9월 5일 경찰서 감옥에서 돌아가셨다. 일본인 자경단이 기물파손 누명을 씌웠기 때문이다.앞으로 정말 힘든 싸움이 될텐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피학살자 박덕수 씨의 손자인 박재균(61) 씨는 “오 감독이 일본의 한 공원 묘비에서 우리 할아버지 이름을 발견하고 내게 찾아오기 전까지는 우리 할아버지가 언제, 어디서 돌아가셨는지도 알지 못했다. 이제라도 할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소상히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발족식에는 간토 대학살 진상을 밝히고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도 참여했다. 마쯔오카 세츠코 씨는 “유감스럽게도 일본은 아직도 간토 대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지려도 하지 않는다. 일본 시민으로서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