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측 “유휴인력 5000명 부담
- 기본급 삭감 불발로 불가피”

- 노조 “노사 합의 사안” 반발
- 협력사도 동반휴업 후폭풍

세계 1위 조선업체의 위용을 자랑했던 현대중공업이 일감 부족을 이유로 다음 달부터 사업본부별로 휴업에 들어간다. 이 회사가 일감 부족 탓에 휴업하는 것은 1972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일감 부족으로 대규모 유휴 인력 발생이 예상돼 다음 달부터 휴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이 같은 계획을 노조에 설명했다고 23일 밝혔다. 구체적인 휴업 기간이나 인원은 정해지지 않았다. 모든 사업본부가 동시에 휴업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본부별로 수주 물량 차이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전기·전자, 로봇, 건설장비, 클린에너지 등 4개 사업본부를 분사했다. 현재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 3개 사업본부만 남아 있다. 전체 임직원은 1만6000여 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올해 초 일감 부족으로 올해 하반기 중 총 5000여 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유휴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급 20%(1인당 평균 1100만 원가량) 반납 등을 노조에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가 고통 분담을 외면해 휴업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사측은 재작년과 지난해의 ‘수주 절벽’으로 일감이 크게 부족해 내년 6월까지는 물량 공백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앞으로도 수주가 안 되면 유휴 인력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현대중공업은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선박 수주 잔량은 2016년 6월 말 110척이었으나 올해는 6월 현재 85척에 불과하다. 특히 해양사업본부는 2014년 11월 이후 신규 수주가 전혀 없는 상태다. 현재 진행 중인 일감도 이달이 지나면 아랍에미리트(UAE)의 나스르 공사 1기뿐이다.

현대중공업이 휴업하게 되면 내주업체를 포함한 협력업체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업 구조상 원청사가 쉬면 동반 휴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전체 조선 근로자의 휴업 인원은 더 늘어나 가뜩이나 가라앉은 지역 경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는 물론 지난해 임단협까지 미타결 상태로 대립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조선 경기 불황으로 일감이 줄자 지난해 희망퇴직을 통해 3600여 명을 내보냈다. 아울러 지난해 7월부터 평일 연장근무(잔업)와 휴일 특근을 폐지했다. 또 총 11개 독(Dock) 가운데 지난해 1개를 포함해 올해까지 모두 4개 독을 폐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조선업종 특별고용지원 요건을 갖춰 시행해야 한다. 또 휴직은 노사 합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