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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으뜸촌 <31> 의령 갑을골권역

전통한옥서 옛 선비처럼, 지역 명산서 신선처럼 놀아볼까

  •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  |   입력 : 2017-08-22 19:03:4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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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부터 선비·학자 잦은 발길
- 퇴계 이황 “병풍 두른 듯” 극찬
- 유허비 등 족적 따라가는 묘미
- 한옥체험관, 숙박시설로 인기

- 웅장한 산세·기암괴석 계곡
- 자굴·한우산 배경 등산로 즐비
- 해마다 봄이면 철쭉제로 붐벼
- 도깨비 설화 테마 숲도 볼거리
- 체험보단 자연 즐기기 제격

경남 의령군 가례면에 있는 갑을골은 체험프로그램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 힐링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의령지역 영산인 자굴산과 한우산을 병풍처럼 두른 갑을골은 모두 4개 마을로 이뤄진 전형적인 농촌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예로부터 학자와 선비들이 학문을 닦거나 수양을 위한 발걸음이 잦았을 정도로 유서 깊은 마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갑을골에는 힐링문화가 확산되기 훨씬 전부터 수련원과 국내 첫 자연치유수목원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 들어서는 자굴산과 한우산을 활용한 산림생태문화체험단지 조성사업과 자연을 이용한 항노화산업 등이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경남의 힐링 1번지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 의령군 가례면에 있는 갑을골을 찾은 방문객들이 인근 한우산 일대에 조성된 도깨비숲을 산책하고 있다. 도깨비숲은 지난 4월 개장된 한우산 생태숲 내에 있다. 갑을골권역 제공
■한 지붕 4개 마을

갑을골의 정식명칭은 ‘갑을골권역’이다. 의령군과 한국농어촌공사는 2010년부터 모두 43억 원을 들여 갑을골권역 종합정비사업에 착수, 2015년 완공했다.

이 사업으로 갑을골권역 내 갑을리, 봉림리, 양성리, 개승리 4개 마을은 한 지붕 네 가족이 됐다. 종합정비사업으로 갑을골에는 숙박시설인 연면적 556㎡ 2층 규모의 갑을골센터를 비롯해 한옥체험관과 풋살장, 족구장, 물놀이장 등이 들어섰다. 숙박시설은 모두 10개의 객실을 센터와 별관, 한옥체험관으로 나뉘어 운영하고 있으며 객실당 5명~10명을 수용, 최대 80명까지 묵을 수 있다. 운영은 주민들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을 설립, 지역관광과 워크숍,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갑을골의 특징은 여느 체험 마을과는 달리 농촌체험 프로그램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미나리와 밤나무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봄, 가을 수확체험이 있지만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직접 수확을 하고 일정량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부다. 이 때문에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충분한 상담 후에 방문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갑을골이 힐링 코스로 주목받는 이유는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유래와 명소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 마을마다 한 성씨가 마을을 이루는 씨족 집성촌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다 자굴산과 한우산이라는 명산을 배경으로 한 산책로와 등산로가 즐비해 센터 운영자도 농촌체험보다는 명상체험 마을임을 강조하고 있다.

■가례동천(嘉禮洞天)과 갑을

   
갑을골 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한옥체험관.
가례면과 갑을골이라는 지명은 조선 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이 남긴 것이다. 퇴계는 21세 되던 해 의령에 사는 진사 허찬(許瓚)의 딸과 혼인했다. 이후 퇴계는 처가가 있는 의령을 모두 7차례 방문했으며 퇴계는 처가 인근 연못에서 낚시를 하며 암벽에 ‘가례동천(嘉禮洞天)’이라는 친필 글씨를 남겼다. 가례동천은 ‘병풍을 둘러친 듯이 아름다운 곳’이란 뜻으로 주변 경치가 그야말로 절경이라는 뜻이다. 이후부터 지명이 가례면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갑을골의 옛 지명은 길곡이다. 그러나 퇴계가 처가를 방문하는 길목인 궁유면에서 가례면으로 내려가는 고갯길에서 바라보니 4개 마을의 형태가 갑옷(甲) 같고, 흐르는 물은 새(乙)와 같다고 해서 지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의령지역 곳곳에 남겨진 대유학자의 족적을 더듬는 것은 또 다른 묘미다. 이밖에 가례동천 암벽 옆에는 구한말 대쪽 선비로 명성이 높은 안효제(安孝濟) 선생이 세운 퇴계 선생의 유덕을 기리는 유허비를 만날 수 있으며 1654년 퇴계 선생의 덕을 추모하며 건립된 덕곡서원(경남도 문화재자료 제131호)도 있다.

■자굴산과 한우산

갑을골 하면 자굴산(897m)과 한우산(764m)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산은 빼어난 산세와 계곡, 다양한 등산코스와 산책로로 인기가 높다. 갑을골에서는 이런 산을 마을 뒷동산처럼 이용할 수 있다. 마을에서 해발 600m 지점까지 자동차로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데다 그곳에서 자굴산과 한우산의 정상까지는 좌우로 각각 1㎞ 내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갑을골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자굴산과 한우산 산책을 위한 방문객이다.

자굴산은 옛날 신선이 놀고 갔다는 강선암과 갑을사지·보리사지·양천사지 등의 사찰 터가 남아 있는 의령의 진산이다. 자굴산의 맥으로 이어지는 한우산은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의 계곡으로 유명하다. 산자락을 휘감고 도는 3㎞ 길이의 계곡은 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 하여 찰비계곡으로 불린다. 특히 봄에는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철쭉이 장관을 이뤄 해마다 봄이면 철쭉제가 성대하게 펼쳐진다.

지난 4월에는 한우산 생태 숲과 도깨비 숲이 개장되면서 덩달아 갑을골의 인기도 높아졌다. 2008년 생태 숲으로 지정된 한우산은 지난해까지 50억 원이 투입돼 100㏊의 힐링 숲으로 가꿔졌다. 생태 숲에는 10리 숨길, 산철쭉과 도깨비 설화 테마공간인 철쭉설화원, 특허청 상표등록 소나무 자생지인 홍의송원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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