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인 학생들에게도 개인 일정과 계획이 있는데, 대학이 학교의 구성원을 이런 식으로 무시해도 되나요?”

　경성대 재학생인 정지수(연극영화과 3학년) 씨의 목소리에는 짙은 원망과 울화가 묻어났다. 22일 경성대는 다가오는 개강을 맞아 전 학부생을 대상으로 2학기 수강신청을 받았다. 이번 2학기 수강신청에는 통상 대학생들 사이에서 ‘수강신청 장바구니’라고 불리는 ‘수강 희망교과목 신청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대학 측은 재학생 수강신청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학교 측 설명에 따라 충실하게 수강신청에 임한 재학생 수천 명의 믿음은 산산조각났다. 대부분 재학생이 수강신청을 마친 이날 오전 11시32분, 학교 측으로부터 ‘수강신청 시스템의 과부하 및 오류로 오늘(8/22) 수강신청이 무효가 됐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오류에 따라 이미 수강신청을 마친 재학생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안내된 것은 이로부터 20분이 지난 뒤였다. 그간 학생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정 씨는 “내일 오전 9시부터 수강신청을 새로 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문자가 다시 날아들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학교 측이 사과는커녕 어떤 오류가 발생한 것인지, 수천 명의 재학생이 왜 또다시 수강신청을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는 데 불만을 표했다. 이날 정 씨는 수강신청을 위해 오전 6시에 일어났고, 인터넷 속도가 빠른 학교 근처 PC방으로 자리를 옮겨 수강신청했다. 대부분 재학생이 정 씨와 마찬가지로 2~3시간 전부터 신경을 곤두세워가며 준비한 끝에 수강신청에 임했다.

　오류는 매우 이례적인 형태로 발생했다. 정 씨는 “계획한 모든 과목을 신청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성대의 모든 재학생이 수강신청에 성공했다는 점이었다. 정 씨를 비롯한 재학생들이 확인한 결과 이날 오류로 인해 과목별 신청자 수 정원 제한이 걸리지 않았다. 가령 30명만 수강할 수 있는 A 과목은 정원이 다 차면 더 이상 신청을 받지 않도록 닫혀야 하는데, 제한이 걸리지 않은 탓에 많게는 수백 명의 학생이 해당 과목에 ‘수강신청 성공’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학교 측은 이 같은 문제를 뒤늦게 알아채고 대학가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전원 재수강신청’을 결정했다.

　전말을 알게 된 재학생은 “한심하다”는 반응과 함께 ‘경대전’ 등 플랫폼을 통해 성토를 쏟아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신경을 극도로 곤두세워야 하는 ‘수강신청 대란’을 다시 겪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경성대는 재학생에게 ‘매우 송구하게 생각하며 양해를 구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뒤늦게 발송했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신청은 내일(23일) 오전 9시부터 3일 간 다시 진행된다”고 공지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재수강신청 또한 학수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수강 희망교과목 신청제도’를 통해 이뤄진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