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원도심 4개 구(동·중·서·영도구) 통합이 산 넘어 산이다. 중구가 본격적인 통합 반대 운동에 나선 가운데 동구의 민심도 냉담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영도구의회도 부산시의 일방적인 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서병수 시장이 드라이브를 건 원도심 통합이 오히려 서 시장에게 정치적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동구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만 19세 이상 유권자 1098명을 대상으로 ‘원도심 통합 찬반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먼저 ‘원도심 통합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찬성이 43%로 반대(37%)보다 6%포인트 높았다. ‘잘 모름’(19%)과 무응답(1%)도 총 20%에 달했다.

문제는 통합 방식이다. 선호하는 통합 모델에 대해 동·중구 통합이 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4개 구 통합이 19% ▷동·서·영도구 통합 5% ▷무응답이 32%를 차지했다. 현재 중구는 민·관 모두 통합 반대 여론이 강해 동구가 선호하는 중·동구 통합이나 4개 구 통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구를 뺀 3개 구 통합에 대해서도 동구 유권자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4개 구 동시 통합에 대해 50대 이상(27%)만 찬성 비율이 20%대를 넘겼을 뿐 20대(17%) 30대(12%) 40대(15%) 60대 이상(18%) 모두 10%대에 그쳤다. 20~40대의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는 통합 반대가 찬성보다 높은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통합 찬성 의견이 많았다. 지역별로는 초량동이 51%의 통합 찬성을 보여 유일하게 절반을 넘었다.

박삼석 동구청장은 “통합을 원하는 주민은 과반이 안 된다. 특히 부산시가 추진하는 4개 구 통합 찬성 비율은 10%대에 불과했다”며 “주민이 반대하는 통합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 청장은 중구가 포함된 통합에만 찬성한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편 영도구의회는 이달 말 임시 의원총회를 열고 원도심 통합 관련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영현 의장은 “중구의 반발이 거세자 부산시가 통합청사를 중구에 설치하고 통합구 명칭도 중구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것 같다. 나머지 3개 구의 의사와 상관없이 졸속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조만간 의회 차원에서 통합 반대 성명이나 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동구민 선호하는 통합방식 ※단위 = %

4개구 3개구 2개구 무응답 19 5 44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