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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4>공론화에 오른 신고리5·6호기 건설, ‘졸속위법허가’ 무엇이 문제였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8-18 20: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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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 지 20여일이 지났고, 우리 사회는 신고리5·6호기 건설공사 중단 여부를 놓고 찬반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왜 건설허가가 난 신고리5·6호기의 중단여부를 놓고 공론화를 벌이게 됐는가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주권자 입장에서 문제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언론에 따르면 울산시 울주군의원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 8명이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5·6호기 건설중단을 반대하며,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신고리5·6호기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국가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관련법에 따라 모든 절차와 안전상의 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뒤 허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모든 절차와 안전상의 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뒤’ 허가했을까? 그렇지 않다는 데서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지난달 29일 전국의 858개 시민단체가 출범시킨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은 선언문에서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는 ‘일방적이었고 폭력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과연 2016년 6월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는 어떻게 난 것일까? 당시 원안위는 ‘충분한 검토’는 커녕 ‘날림허가’를 밀어붙였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주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신고리5·6호기에 대한 공론화는 커녕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없었다. 원안위는 ‘선정된 부지는 원전의 안전 운전에 영향이 없는 곳임을 확인했다’는 킨스(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심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허가를 내렸다고 한다. 원안위가 원자력‘안전’위원회라기보다는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당시 회의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의를 제기하던 비상임위원의 주장을 무시하고, 투표에 부쳐 찬반 7:2라고 하는 결과가 나왔다.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산 것은 물론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원안위’로 인해 신고리5·6호기는 건설허가가 나기도 전에 이미 공사를 착착 진행해왔던 것이다. 지난 10일 무소속 윤종오(울산 북구)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사업종합공정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건설허가를 의결하기도 전에 종합공정률이 18.8%였다”며 “이 때문에 위법 의혹이 있어 야당 추천 위원들이 반대했는데도, 원안위는 표결을 해 7대 2로 의결했다“고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한수원은 건설허가 전에 전체 공정의 5분의 1가량을 강행했고, 원안위는 이의 제기에도 허가를 내준 것이며 한수원은 결국 박근혜 정부 아래서 원안위 심사를 요식행위로밖에 보지 않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수원은 지난해 6월 23일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가 나기 전 이미 전체 사업비 8조6254억의 절반을 넘는 4조6562억 원을 계약발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현재 매몰비용 운운하는 약 1조6000억 원이 집행된 것으로 한수원은 스스로 밝히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건설허가 불허시 사전공사 비용에 대해 책임을 묻는 당시 야당의원의 질의에 김용환 원안위 위원장은 “한수원의 자기 고유 리스크”라고 밝혔다. 당시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건설허가가 이뤄지기 전 공사를 진행한 것에 대한 사법적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6년 9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 회의록에서 한수원의 건설허가 전 사전 공사에 대해 최명길 김경진 위원과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장간의 질의 답면 내용 녹취록. 더불어민주당 원전특위 자료.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이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계속할 것을 요구하는 주요 이유로 30%가량 진행된 공정률과, 건설 중단 시 건설사가 수조원 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는 원전 안전과 관련된 규제기관의 개혁과 원전 안전을 담보할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촛불민심이 말하는 적폐청산이다. ‘원자력진흥·홍보위원회’로 전락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원안위도 지진 쓰나미로 인한 원전사고 발생에 대한 사전경고를 애써 무시하고, 원전규제에 실패했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일어난 뒤 1년 만에 원자력규제위원회로 바뀌었다. 원전진흥 전력이 있는 인사는 원안위에서 원천 배제하고, 상임위원의 경우 국회 양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과거의 산업통상성 산하 원안위 사무국을 환경성 산하의 원자력규제청으로 직제개편을 해 ‘원전마피아’의 입김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린피스 한국사무소가 중심이 돼 지난해 9월 국민소송단을 꾸려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7월 6일에는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했다. 신고리5·6호기 건설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법적으로 승인됐으며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익증진을 위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가 지목한 감사대상은 원전운영사인 한수원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그리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산업통상자원부이다. 원자력안전법은 원전운영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으면 이를 취소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원전 건설허가를 신청하려면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원안위 고시는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서에 ‘중대사고’를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수원이 낸 평가서 역시 중대사고는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23일 중대사고 평가를 포함토록 고시가 개정됐음에도 바로 이날 원안위는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안을 의결했다. 건설허가를 신청했을 당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한수원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이다.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8~10㎞에서 20~30㎞로 확대됐음에도 한수원은 10㎞ 이내 지역 주민만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했으며 건설허가 과정에서 적법한 안전성평가가 결여됐다. 고리원전이 전 세계 188개 원전단지 중 최대 규모이며 반경 30km 내에 38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했으며 특히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서의 법적 절차 미비 △인구밀집지역 위치제한 규정 위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안전성 문제 △지진 위험성 평가 문제 △부지 통합 위험성 부재 등 적법한 안전성 평가가 결여됐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이다.

지난해 9월 원안위를 상대로 신고리5·6호기 원전건설허가처분 취소 국민소송은 원자력안전법 제11조 국민 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 방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때 소송쟁점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서 중대사고가 제외된 것의 위법성 △주민 의견수렴절차의 위법성 △원자로시설 위치 제한 규정 위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위험성 △과소평가된 지진 위험성 △ 부지 통합 위험성 평가의 부재 등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진 과소평가된 지진 위험성에 대해서는 지난해 9.12 경주지진(규모 5.8)의 경우 역대 계기지진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최대 지진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활성단층(양산단층대)에서 발생, 길이 140km에 달하는 양산단층 외에 신고리원전 인근 일광단층 등 대규모 활성단층대가 8개 달하지만, 원전설계시 활성단층에 대한 지진 평가가 배제됐고, 특히 바다 속의 활성단층은 제대로 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활성단층 등의 지질현상은 없음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원자로시설 위치 제한 규정 위반과 관련해서는 환경단체는 미국 기준(TID 14844)에 따라 이격거리가 원전 반경 32km 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주변 인구 380만명)인데 반해 원안위는 TID는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원자로시설과 인구밀집지역간 최소이격거리를 4km로 잡았던 것이다.

   
김성수 국회의원 보도자료. 신고리5·6호기 부지반경 40km 이내에 분포하는 제4기 단층조사결과 비교표 내용.
김성수 국회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이 신고리5·6호기 허가를 위해 제출한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지적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2014년 12월 5일 한수원이 킨스에 제출한 2차 자문보고서에서 웅상단층길이가 ‘4km 이상 추정’된다는 것이 2016년 4월 29일 한수원이 최종 예비안전성분석보고소에서는 ‘수십m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식으로 전반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한 것이 드러났다.

이처럼 신고리5·6호기는 특히 부울경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고 건설을 강행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건설허가’로 ‘국가폭력’이었다. 과연 이러한 결정을 원전1기도 없는 수도권에 건설하는 논의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당시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부산의 일간지 기자가 “서울에서 신규원전을 짓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서울에는 인구가 많아서”라는 말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1억 원 뇌물수수라는 원전비리 혐의로 현재 구속 중이다.

이러한 신고리5·6호기 ‘졸속 내지 위법승인’에 대해 부울경 주민들이 다시 분개해 지난해 9월 ‘신고리5·6호기백지화부산시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이러한 지역주민의 요구가 지난 대선때 여야 후보들 모두에게 ‘탈원전에너지전환정책’ 특히 ‘신고리5·6호기백지화’를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대선 후보가 사실상 동의를 했고, 그 중 ‘백지화에 동의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사실상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이다.

   
2017년 4월 18일 신고리5·6호기백지화부산시민운동본부가 밝힌 ‘신고리5·6호기백지화 공약 채택’에 대한 각 대선 후보의 답변을 취합한 내용.


이 점에서 볼 때 매몰비용 운운은 허가 전 건설을 강행한 한수원의 경영 실책에 기인한 것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원전마피아 이익에 손을 들어준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은 원안위의 존재 의의를 무색하게 했다. 따라서 새 정부는 무엇보다 신고리5·6호기 허가 전 사전공사나 허가 과정에서의 비리에 대한 공익감사를 제대로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명연장 과정이나 신규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무수한 원전비리에 대한 심도있는 검찰 조사 또한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법원도 이러한 신고리5·6호기 허가 과정과 관련 절차에서의 하자에 대한 국민소송에 사법적인 판단을 제대로 내려야 할 것이다. 그동안 ‘원전마피아’의 ‘짜고치는 고스톱판’에서 이제 주권자인 우리 국민이 ‘탈원전에너지전환’의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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