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간 간병 스트레스 시달려”

- 부산 환자 수 4만9800명 달해
- 요양기관은 곳당 48명 수용

치매 간병 스트레스가 또 살인으로 이어졌다. 가족 붕괴를 막을 ‘치매 국가책임제’가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존속상해치사)로 A(42) 씨를 형사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12일 밤 11시30분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누워 있는 아버지 B(74) 씨를 한 시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치매를 앓고 있던 아버지가 계속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말리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이날 오후에도 아버지가 옷을 챙겨 입고 외출을 하려 하자 허벅지를 수차례 때렸다. 1년 전 치매에 걸린 B 씨는 그동안 한 차례 더 아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집을 나가면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는데 계속 외출하려고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진술했다.

치매 환자 가족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간병 부담을 덜어줄 정책을 간곡하게 바란다. 3년 전 치매를 앓기 시작한 남편을 돌보고 있는 윤모(여·63) 씨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외에도 경제적으로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 환자에게 드는 연간 비용은 2015년 현재 1인당 2033만 원이다. 그 비용의 대부분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감당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노인은 급증세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65세 이상 노인 722만9444명 중 치매 환자 수는 72만4857명에 달했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부산에는 4만9840명의 치매 환자가 있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환자 수가 2020년 84만여 명에서 2040년 196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에선 치매 환자를 돌볼 장기요양기관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국 장기요양기관 수는 1만9398곳이다. 부산에는 1020곳이 있는데 요양기관 곳당 치매 환자는 48.8명에 달한다. 경기도의 요양기관 1곳당 치매 환자는 30.0명이다. 서울도 39.1명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실시해 전국에 치매 노인을 돌보는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47곳에서 250여 곳으로 늘리고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도 10% 이내로 낮추는 정책을 내놨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환자마다 사는 지역이나 소득에 따라 처한 환경이 다르다. 정부가 추진하는 치매 정책이 가족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이런 환자의 특성에 맞춰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