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친구에 “사귀자” 문자메시지도

- 경찰, 학교 찾아가 2차피해 유발
- 수사 미적대다 의붓아버지 놓쳐

의붓아버지가 고교생인 자신의 딸과 딸의 친구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여성단체에선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10일 성폭력상담소와 부산 해운대·금정경찰서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5월 고등학생인 A 양이 “자신과 친구들이 의붓아버지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며 상담을 받았다. 2015년 중학생이던 A 양은 의붓아버지가 ‘마사지 받으러 가자’고 해 한 모텔로 들어갔다가 성추행 당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의붓아버지가 또 모텔로 데려가 다이어트에 좋은 약이라며 정체불명의 주사를 놓고 성추행했다고 한다.

A 양은 어머니가 충격을 받을 수 있어 이런 사실을 숨겼다가 지난 5월 학교 친구들도 의붓아버지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 친구 B 양이 2015년 A 양의 집에 놀러 갔다가 A 양의 의붓아버지에게 주사를 맞고 강제 추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친구 2명도 지난 5월까지 A 양의 의붓아버지로부터 “내 첫사랑과 닮았다” “애인으로 지내자”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

A 양과 피해 학생들은 지난 5월 학교 교사와의 상담에서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다. 담당 교사는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당시 학생들은 성폭력상담소에 찾아가 상담을 받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사건 조사를 위해 제복을 입고 A 양이 다니는 학교로 찾아갔다. 경찰이 학교에 찾아오면서 피해사실 일부가 알려지자 A 양과 친구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성폭행상담소에 따르면 A 양은 “경찰에 신고한 지 석 달 가까이 돼가는데 의붓아버지의 행방조차 찾지 못해 되레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렵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성폭력상담소 측은 “경찰이 5월부터 수사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까지도 A 양 친구들이 의붓아버지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경찰이 바로 수사에 나섰으면 의붓아버지를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최초 신고를 받은 해운대경찰서가 사건을 금정경찰서와 양산경찰서로 넘기면서 수사가 지연됐고 결국 의붓아버지가 잠적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학교 폭력 사건인 줄 알고 출동했다가 성폭력 사건임을 파악하고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6월 사건 발생지나 피해자 거주지에 따라 사건을 담당 경찰서에 이첩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담당자는 “서울에서 범죄가 발생했는데 부산 경찰이 출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로부터 A양 의붓아버지의 혐의와 관련된 진술과 문자메시지를 확보해 의붓아버지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