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에 바닷물 수온 30도 육박
- 10개월키운 넙치 수천마리 죽어
- “배 드러낸 고기 보니 마음 아파”
- 어민들 밤잠 못 자고 수조 지켜

“아침마다 허연 배를 뒤집고 죽은 고기를 건져내면 마음이 뒤숭숭해. 10개월 넘게 키운 자식 같은 놈들인데, 눈물이 나지.”

	부산 기장군 관계자가 9일 높은 수온으로 피해를 입은 양식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준용 기자

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일광면 A양식장. 신모(63) 대표는 취재진을 이끌고 양식장 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허연 냉기와 함께 뿜어져 나왔다. 사람 키 높이로 쌓여있는 노란색 박스에는 폐사한 물고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바닥에는 반쯤 삭아버린 물고기가 곤죽이 된 상태였다. 기분 나쁜 축축함이 신발 속으로 파고들었다.

20만 마리가량의 넙치를 키우는 A양식장에서는 최근 3일 동안 약 3000마리가 폐사했다. 며칠째 이어진 폭염으로 바닷물이 뜨거워진 탓이다. 최근 기장군 일대 수온은 30도에 육박했다.

	기장군 한 양식장 냉동실에 죽은 넙치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곳에서 폐사한 넙치는 대부분 700~800g 크기다. 130g일 때부터 키워 약 10개월 동안 애지중지하던 넙치다. A양식장은 넙치가 1㎏ 정도가 되면 출하를 시작한다. 폐사한 넙치는 약 두 달 뒤 판매될 예정이었다. 최근엔 가격도 좋아 아쉬움이 더하다. 올해 넙치는 1㎏에 1만4500원 선에 거래된다. 지난해 이맘 때는 1만1000원 수준이었다.

“이 고비만 넘기면 판매할 수 있는 녀석들이었는데. 고수온이 양식장 1년 농사 망쳐버린 거지.” 신 씨의 눈에 안타까움이 서렸다.

기장군 기장읍의 B양식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에선 지난 8일에만 1000여 마리의 넙치가 죽었다. A양식장에서 폐사한 개체보다 다소 작은 500~600g 넙치가 대부분이었다. 이날 B 양식장 수조의 물은 탁한 색으로 변해 있었다. B양식장 강모(여·70) 씨는 그나마 이날 내린 비 때문에 바닷물 온도가 다소 떨어지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물 색깔이 탁한 것은 뜨거운 바닷물이 찬 물과 뒤섞이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양식장의 고수온 피해는 올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A양식장은 고수온과 물고기 병 때문에 8만 마리 이상 폐사했다. B양식장은 지난해 태풍 차바 당시 펌프실에 물이 들어가는 피해까지 당했다. 충격을 받은 가족이 뇌경색으로 입원하기도 했다. 올해 계속된 고수온 현상으로 양식장 대표와 가족들은 밤잠도 자지 못한 채 수조를 지킨다. 새 바닷물을 끌어와 수조 속 물을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24시간 수온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파이프가 해초나 해양 쓰레기로 막혀버린다면 남은 물고기도 폐사할 수 있다. 여기다 액화산소를 계속 투입하는 것 외에는 고수온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양식장은 천재지변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된 상태지만,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실제 피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기장군에 따르면 올해 고수온으로 죽은 물고기는 모두 2만5600마리에 이른다. 지난 7일 4600마리가 죽었다.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1만3000마리가 죽었다. 더위가 빨리 물러가지 않으면 어민들의 속은 더 새까맣게 변할 수 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