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업체 2곳 분리수거 위반
- 해운대소각장 반입정지 당해
- 농어촌 많아 분리수거율 저조

부산 기장군의 쓰레기 선별장이 20년 넘게 불법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활용품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 된 탓에 쓰레기 소각장 반입도 5주 동안이나 정지돼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

	부산 해운대구의회 서창우(바른정당) 의원이 8일 기장군 효암선별장 내 쓰레기 더미를 가리키고 있다. 김준용 기자

8일 오전 기장군 고리 효암마을. 고리원자력본부와 새울원자력 본부 사이에 위치한 산길로 올라가자 쓰레기 더미가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쓰레기 산 옆에는 중장비가 한창 쓰레기를 옮기고 있었다.

선별장의 바닥은 포장이 안 된 상태였다. 햇빛을 가린 지붕도 간이 천막이어서 쓰레기가 빗물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선별장 바닥은 침출수 누출 방지를 위해 콘크리트로 시공해야 한다. 쓰레기 날림 방지막도 설치도 규정돼 있다.

‘효암 쓰레기 선별장’으로 불리는 이곳 면적은 약 2500㎡.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되면서 분리수거장 기능을 해왔다. 기장군은 쓰레기 수거·선별을 위해 민간 회사 2곳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기장군 담당자는 “현행법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설이 맞다. 임시 운영할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예산이 충분치 못해 그동안 방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선별장에 쌓여 가는 쓰레기 양이다. 해운대소각장주민협의체는 지난달 12일부터 기장군에서 발생한 쓰레기의 반입을 차단하고 있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효암 선별장에는 700t 이상의 쓰레기가 갈 곳을 찾지 못해 적치된 상태다.

주민협의체 김봉욱(62) 위원장은 “재활용 돼야 할 페트병이나 캔이 일반 쓰레기와 함께 불에 타면 유해물질이 발생해 쓰레기 반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여기다 부산시가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반 쓰레기와 함께 소각장에 반입한 기장군 폐기물 수거·운반업체 2곳에 5주 동안 소각장 반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쓰레기 처리가 더욱 힘들어졌다. 기장군은 민간처리시설을 이용할 계획인데 이 경우 2억 원가량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기장군은 도농복합지역의 특성상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밀집 지역인 정관읍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문제가 없는데 일광면·장안읍에서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장군이 수거 계약을 맺은 A사의 분리수거율은 2.1%였다. B사는 1.2%에 불과했다.

기장군 담당자는 “다음 달 1일부터 쓰레기 혼합배출을 금지하는 한편 추가 선별장 설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효암 선별장은 최대한 빨리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의회 서창우(바른정당) 의원은 “기장군 쓰레기 문제 때문에 해운대구 해수욕장에서 나오는 쓰레기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며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