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아스팔트 열기 더해 고역
- 부산시, 민원에도 대책 못 내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도로 한가운데 설치된 버스중앙차로(BRT) 정류장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가로수나 햇빛 가리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7일 부산 동래구 안락동 BRT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양산으로 햇볕을 가린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진기자
7일 오후 부산 동래구 안락동 원동교 앞 BRT 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던 노인이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연신 닦고 있었다. 부채를 부쳐도 아스팔트 열기에 데워진 공기 때문에 별 도움이 안 됐다. 이날 부산 최고 기온은 37.7도. 지난달부터 부산의 최고 기온은 30도를 웃돌고 있지만 BRT 정류장에서 햇볕을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모(61) 씨는 “예전에는 인도의 가로수 밑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BRT 정류장에는 나무가 없는 탓인지 오가는 버스에서 내뿜는 열기가 더 뜨겁게 느껴진다”며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보면 안 쓰러지는 게 천만다행이다”고 말했다. 예전의 원동교 앞 버스정류장에는 가로수 3그루가 큰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취재진이 이날 ▷동래구 안락교차로~원동나들목(1.7㎞) ▷해운대구 원동나들목~올림픽교차로(3.7km)와 올림픽교차로~운촌삼거리(1.3㎞) BRT 정류소 30곳을 다녀본 결과 그늘이 있는 곳은 없었다.
부산 첫 BRT 구간인 원동나들목~올림픽교차로 구간 버스정류장 17곳에는 가로수가 단 한 그루도 심겨 있지 않았다. 안락교차로~원동나들목 구간 7곳과 올림픽교차로~운천삼거리 구간 6곳에는 버스정류장마다 가로수 3~5그루가 심겨 있었으나 아직 어려 그늘을 만들지 못했다.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천장 투명 가림막은 햇빛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부산시도 BRT 버스정류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접하고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논의를 거쳤지만 아직 대책을 찾지 못한 상태다.
BRT 담당자는 “그늘이 부족하다는 민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버스중앙차로제의 특성상 정류소 근처에 가로수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류소 가림막 위에 덩굴 식물을 심는다거나 물을 뿌리는 방안을 검토해 봤는데 물을 조달하기 어렵고 가을에는 낙엽이 흩날릴 수 있다는 반론이 있어 결정을 못 했다. 당장 추가 시설물을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