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미역의 망미는 ‘望美’에서 유래한다. 미인(美人), 즉 임금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일찍부터 이곳 일대는 동래부의 고읍성이 있던 자리였고, 경상좌수영이 설치되어 수군의 본영이 있던 곳이기도 했다. 그랬으니 이곳 관리들은 초하루와 보름마다 높은 산에 올라 임금을 향해 절을 올리면서 망미라는 지명이 붙게 된 것이다.

정과정 공원에 세워져 있는 팔각 정자.

뿐만 아니라 이곳은 고려시대 내시낭중이란 벼슬을 지낸 정서(鄭敍)와도 관련성이 깊다. 정서가 정함 등의 모함을 받아 동래로 유배를 와서 이곳 일대에 오이 농사를 지어 살았다. 그때 과정(瓜亭)이라는 정자까지 세웠다는 기록이 ‘동국여지승람’, ‘동래부지’ 등에 남아 있으며, 그때 의종을 생각하면서 지은 것이 그 유명한 고려속요 ‘정과정곡’인 것이다. 그러니까 정과정곡의 창작 산실이자 정서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부산시에서는 이런 문학사적 가치를 인정하여 ‘정과정 공원’을 세웠다. 공원으로 가려면 망미역에서 과정로나 수영천로를 따라 가면 길가에 바로 붙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도로공사와 택지 개발로 인해 공원의 크기가 줄었지만 공원에는 당시 정서가 거닐었을 이곳 강가에 있던 용두곶 바위(경암)와 수령 400년의 팽나무가 있으며, 토향회에서 세운 정과정곡 시비(詩碑), 정자도 있다.

정서의 생몰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동국통감, 고려사 등에 그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어 그의 생애가 어떠했을지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이야기는 그런 역사적 사실 위에 씌어진 팩션(fac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