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한 장소서 무단횡단 많아
- 작년 31명 귀중한 목숨 잃어
- 운전자 신호위반도 매년 늘어
- 생명이 걸린 약속 준수 절실
지난 6월 16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애플아울렛 앞. 적색 보행신호가 켜져 있었지만 최모(67) 씨가 횡단보도에 들어갔다. 빠르게 지나치던 차를 위태롭게 피하던 최 씨는 중앙선 부근에 멈춰섰다. 하지만 최 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박모(66) 씨가 몰던 승용차에 치여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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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부산도시철도 동래역 앞 횡단보도를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교통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차량과 사람이 충돌하는 보행자 사고다. 차량 운전자와 달리 아무런 안전 장치 없이 사고 충격을 직접 받아 피해가 크다. 보행자 사망사고가 전체 교통 사망사고의 절반을 넘을 정도다. 그 어떤 재난보다 큰 인명 피해를 내고 있는 교통 사망사고를 줄이려면 시민의 보행질서 준수와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운전 태도가 필수다.
■교통 사망사고 58%는 ‘보행 중’
지난해 부산에서는 1만219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차량과 사람이 직접 충돌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29.6%(3605건)를 차지했다. 보행자 사고는 특히 치사율이 높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159명 중 보행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58%인 83명이었다. 하지만 보행자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5년 178명에서 지난해 159명으로 줄었지만, 보행자 비율은 53.97%에서 58%로 되레 늘었다.
보행자 사고를 줄이려면 시민의 보행질서 준수가 가장 중요하다. 무단횡단 사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행자 사망사고 유형별로 보면 횡단 중이 58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중 31명은 무단횡단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단횡단이 전체 보행자 사망사고의 37.3%나 차지했다.
무단횡단은 익숙함에서 비롯된다. 부산 사상경찰서가 2012년부터 지난 4월까지 무단횡단 사망사고를 분석한 결과 45명의 사망자 중 37명은 사고 발생 지점 인근 주민이었다. 남성은 음주 상태에서 무단횡단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여성은 아침운동하거나 등산을 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익숙한 장소에서 경각심이 풀어져 무단횡단까지 이어진다. 안전시설 확충, 차량 운행 속도 제한 등 교통 사망사고를 줄이려는 사회적 노력이 무단횡단 하나로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이 보행질서를 준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행자와 약속 깨는 신호위반
보행자 사망사고의 원인을 보행자의 안전 의식 결여로만 돌릴 수는 없다. 운전자의 부주의와 법규위반도 도로 위의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큰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시 도로 종류별 사고 통계를 보면 단일로(차량이 교차하지 않는 도로) 횡단보도 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558건이었다. 이 사고로 576명이 다쳤고,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은 횡단보도상 사고가 556건 발생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사망자는 9명으로 훨씬 적었다.
보행자의 안전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운전 행태로 신호위반이 꼽힌다. 교통 신호는 운전자와 보행자 상호간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약속인 까닭이다. 어느 한 쪽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곧장 사고로 이어진다. 지난해 부산에서 신호위반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1461건으로 전체 사고의 12.0%를 차지했다. 신호위반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 수도 24명으로 과속(4명)보다 훨씬 많았다. 게다가 신호위반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더욱 문제다. 지난해 부산경찰청이 무인단속카메라와 현장단속으로 적발한 신호위반은 15만 7794건으로 최근 3년간 가장 많았다. 이륜차 신호위반도 2014년 803건에서 2015년 1975, 지난해 2646건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 이륜차가 가해자였던 교통사고는 805건이었다. 이사고로 955명이 다치고 13명이 숨졌다.
일선 경찰들은 우회전을 할 때 보행자가 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아 횡단보도상 사고가 잦다고 지적한다. 우회전 직후 나오는 횡단보도는 보행신호가 켜진 상태에서 지나가도 신호위반이 아닌 탓이다. 이에 익숙해진 운전자들이 보행자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 6월 23일 부산진구 부전동 한 골목에서도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가 관광버스에 치여 숨졌다. 버스가 우회전해 좁은 길로 진입하는 상황이라 속도가 느렸지만 보행자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탓이었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보행자는 횡단보도에 들어서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운전자는 신호위반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지 우회전 후 무심코 횡단보도를 통과할 때가 많아 위험하다. 횡단보도 위 사고는 11대 중과실 교통사고에 포함돼 형사처벌을 받는만큼 보행자 뿐만이 아니라 운전자 자신을 위해서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 공동기획: 부산지방경찰청, 부산광역시, 부산교통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