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직권 남용 의혹을 받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최후변론에서 눈물로 호소한 남편 박상엽 변호사의 눈물이 빛을 발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고 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유관광부 장관과 남편 방성엽 김앤장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장관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혐의는 무죄로,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한 결과다.

지난 3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결심공판에서 조 전 장관은 “탄핵 당한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거친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책임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며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특검 측의 주장은 참기 힘들다”고 흐느꼈다. 이와 함께 조 전 장관의 변호인으로 나선 남편 박성엽 김앤장 변호사 역시 “피고인이 구속된 뒤 집에 돌아와 텅 빈 방을 보면서 ‘지켜주겠다’는 다짐을 지키지 못해 무력감을 느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서 “전념을 다했으나 하늘의 뜻이라면 따르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11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 했다”며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27일 조윤선 전 장관은 법원의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날 재판부의 판단으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조 전 장관은 남편 박성엽 변호사와 함께 귀가했다. 이날 박 변호사는 “오해라는 말을 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지만, 법원이 귀를 열고 들어줬다. 누군가는 우리 말을 이해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한 혐의는 무죄,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같은 혐의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