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예방 칸막이 버스와 대조
- 업계 “안전장치 마련 서둘러야”
지난 19일 새벽 4시께 부산 사하구 신평동의 도로. 김모(48) 씨가 몰던 택시 안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수석에 탄 이모(53) 씨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려 한 게 발단이었다. 술에 취한 이 씨는 “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냐”며 김 씨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 운전대를 놓을 수 없었던 김 씨는 앉은 채로 얼굴을 수차례 맞은 뒤에 겨우 경찰에 신고했다.

사하경찰서는 이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택시기사들이 갖가지 이유로 승객들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택시도 시내버스처럼 ‘운전석 격벽’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7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접수된 택시 및 버스 운전자 폭행사건은 모두 148건이다. 사하경찰서에는 ‘운전자 폭행’ 혐의로 입건된 사례가 14건에 달한다.

사상경찰서도 9명을 입건했다. 공식 사건으로 접수되기 전 당사자끼리 합의하거나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택시기사가 손님에게 폭행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경우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서 소속 기사 6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응답이 41.4%인 249건이다.

현행법상 차량을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벌을 받는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폭행보다 더 강하게 처벌받지만 운전자들에 대한 폭행·폭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상당수는 택시 내 흡연이나 요금·행선지 시비와 같은 사소한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다가 철창 신세를 진다.

개인택시를 30년째 몰고 있는 정모(59) 씨는 심야시간대 술 취한 승객은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정 씨는 “새벽시간이 되면 되도록 어두운 골목길을 피해서 다니거나 승객이 들을 수 있게 동료와 통화하는 것처럼 연기할 때가 많다”며 “하루빨리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운전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2006년부터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운전석 주변에 격벽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택시는 예외다. 현재 택시 운전석 보호벽 설치(15만 원 상당)는 택시기사 개인에게 맡기면서 택시 내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종온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택시 운전석에 칸막이를 설치하면 차 안에서 벌어지는 폭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며 “투명한 재질로 만들면 의사소통이나 운전에도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