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 수년간 쇼핑몰 반대운동
- “재개발 막으려 보복성 알박기”
- 형지 측 “직원 기숙사 용도일뿐”
최근 부산 사하구에 대형 쇼핑몰을 개장한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 회장이 재개발이 추진되던 쇼핑몰 옆 노후 아파트를 시세의 두 배 가까운 금액으로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은 “직원 기숙사용으로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파트 입주민들은 “재개발을 막기 위해 ‘알박기’를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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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 회장이 지난 2월 한 채를 매입한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왼쪽 고층 건물이 형지가 운영 중인 복합 쇼핑몰 ‘아트몰링’이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26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월 5층짜리인 사하구 하단동 E아파트 1채(전용면적 61.06㎡)를 5억 원에 매입했다. E아파트는 전체 20세대로 1983년 준공됐다. 4년 전인 2013년 같은 아파트의 비슷한 면적(62.09㎡)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1억4120만 원에 매매됐다.
E아파트 입주민들은 최 회장이 실거래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바람에 재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입주민 A 씨는 “올해 1월 부동산 개발업자인 B 씨가 20가구 전체를 면적에 따라 2억7000만~3억2000만 원에 매입해 주상복합을 짓겠다고 제안했다. 이미 18세대가 구두로 매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B 씨는 최 회장이 구입한 면적의 아파트는 2억7000만 원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아파트 한 채를 5억 원에 사자 다른 세대주들이 동요하고 있다. 입주민 대표 C(77) 씨는 “개발업자의 매매 제안을 거절했던 사람이 최 회장에게 5억 원에 집을 팔자 몇몇 세대가 B 씨에게 매입가를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업자 B 씨는 “아파트 한 채를 5억 원에 사면 주상복합을 지어도 수익이 남지 않는다. 최 회장이 아파트 한 채를 산 뒤 사업이 엉망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아파트 매도에 동의했던 입주민들은 “명백한 보복성 알박기”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앞서 E아파트 입주민들은 형지가 아파트 인근에 복합 쇼핑몰 ‘아트몰링’ 건립을 추진하자 일조권·조망권 침해와 교통난을 이유로 반대 운동을 벌였다. 쇼핑몰이 개장한 지금도 입주민들은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감사원 감사 청구를 준비 중이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쇼핑몰 개장을 앞두고 직원 숙소를 알아보던 중 매물이 나와서 매입했을 뿐”이라며 “부동산 거래는 당사자 합의로 이뤄지는 것이지 정해진 가격이 있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파트 구입은 최 회장이 사비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직원 기숙사가 필요해서 매입했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