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억 원대 자사주 시세조종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성세환(65) BNK 금융지주 회장 공판에 부산의 유력 건설사 대표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정보교류 내지는 권유에 따른 자발적 매수”였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부산은행의 해운대 엘시티 대출금이 BNK 주식 취득에 사용됐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이날 두 번째로 진행된 증인 신문은 A건설사 B(76) 회장부터 진행됐다. B 회장은 “2016년 1월 8일 BNK 주식 36만 주를 약 30억 원에 샀다. 당시 저평가돼 있던 BNK 주식의 가격 상승을 고려했다. 그해 5월 (주식) 전액을 ㈔부산국제건축문화제에 기부했다”고 진술했다. B 회장은 “부산은행 연산동 지점장에게 ‘유상증자로 주가가 하락해 지금이 매수하기 좋은 기회’라는 말을 들었다.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 차원으로 받아들였다”며 “매수 시기와 가격에 관한 의사 결정은 내가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검찰은 “부산의 14개 업체가 유상증자 발행가격 산정일(2016년 1월 6~8일)에 맞춰 거액의 주식을 샀다. 이게 다 우연의 일치라는 뜻이냐”고 맞받았다.

또다른 증인인 C건설 D(45) 대표이사도 “부산은행 부행장으로부터 주식 매수 권유를 받았지만 매수 시점과 규모는 직접 결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세 번째 증인인 E사 F(46) 대표이사는 부친이 엘시티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에게 2005년 50억 원을 빌려준 뒤 2015년 12월 31일에 이를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F 대표는 사실상 이 돈을 반환받은 다음 날인 2016년 1월 4일(1~3일은 휴일)부터 30억 원이 넘는 BNK 주식을 샀고, 이 돈은 부산은행이 엘시티에 대출한 자금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임원진에서 떨어진 게 거래업체를, 증권계좌를 만들어서 주식 매입을 하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작업을 해야 한다”는 BNK 관계자 등의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F 대표를 추궁했다. 하지만 F 대표는 “주식 매수와 관련, 어떠한 권유도 없었다”고 단호히 맞섰다.

이날 공판에는 부산지검 특별수사부 검사 4명 전원이 나와 공소유지 의지를 드러냈다. 성 회장도 법무법인 에이원 소속 변호사 3명 외 변호사 3명을 추가했다. 검찰과 검찰 출신인 박민식·김학자 변호사는 증인 신문 과정에서 격하게 충돌했다. 검찰은 B 회장에게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성 회장을 보고 이야기해 달라’는 박 변호사를 제지해달라고 재판장에게 주문했다. 검찰의 신문 도중 김 변호사는 “검찰 조사와 법정 신문은 구분돼야 한다”고 검찰 신문 태도를 문제삼자 검찰은 “지금 검사가 신문 중”이라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반발했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