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사장 지휘 첫 대형사건
- 새 정부 '사자방 비리' 칼 빼들어

검찰이 14일 경남 사천에 본사를 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위산업 비리 혐의를 잡고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의혹에 칼을 든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KAI를 넘어 방위사업청까지 손 댈 경우 이날 취임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국방개혁'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14일 서울중앙지검이 방산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서울사무소.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이날 원가 조작을 통해 제품 가격을 부풀려 부당한 이익을 취한 혐의(사기)와 관련해 KAI의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KAI는 다목적 헬기인 수리온과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비롯해 국산 군사 장비를 개발해온 대표적인 항공 방위산업체이다.

검찰은 KAI가 수리온·T-50·FA-50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의 한 항목인 개발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최소 수백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방 당국이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으로 무기 체계를 구매하면 결과적으로 납세자들이 불필요한 수백억 원대의 부담을 더 지게 된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 ▷KAI가 주요 핵심 제품의 선정·납품 과정에서 거액의 상품권을 군과 정치권 인사들에게 제공한 의혹 ▷일부 상품권의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 ▷KAI가 환전 차익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횡령 의혹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형 수사를 예고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30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방산·자원외교 비리를 다시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이 있다면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5월 22일 '5호 업무지시'로 일부 4대강 보의 상시 개방과 정책감사를 지시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검찰에서 방산비리 혐의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윤석열 검사장이 지휘하는 첫 번째 대형 비리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끈다. 윤 지검장은 지난 5월 부임한 이후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갑질 논란'에 대한 수사에 나서 정 전 회장을 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2014∼2015년 진행된 감사원 감사 결과와 방산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KAI 연구개발 과정의 비위 혐의에 대해 광범위한 내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한다면 방위사업청 등 KAI 외부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이완용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