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정 적용하면 적당한 공역 없어
- 부산·대구까지 가야 실험 가능

산업용 드론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울산에서 정작 드론을 합법적으로 날릴 수 있는 하늘인 공역(空域)이 없다. 이 때문에 연구용 드론을 실험하기 위해 인근 도시로 가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드론을 띄울 수 없는 산업시설 보호구역인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 전경. 국제신문DB

13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산업단지 대형 폭발이나 원전사고 확대 등을 막기 위한 산업용 드론 연구개발 사업을 지난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와 산업단지 등의 재난 예방 및 대처, 유해성 대기오염 물질 감시, 산불 확산 방지, 조난자 수색, 공기 중 전염성 질환 방제 시스템 개발, 해상 선용품 배달 등 산업 여러 분야에 도움이 될 드론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드론은 추락 등 안전사고 때문에 사람이 많은 도심이나 비행장, 산업단지, 군사시설,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띄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 상공을 제외한 드론을 띄울 수 있는 하늘, 즉 공역을 확보하려면 국토교통부나 국방부 등 관계부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역이란 항공기, 초경량 비행장치 등의 안전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지표면 또는 해수면으로부터 일정 높이까지 정해진 특정 공간 범위를 말한다.

그런데 울산은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면 사실상 공역이 없어진다. 울산은 고리와 월성원자력발전소 사이에 있다. 지역 대부분이 원전으로부터 반경 30㎞ 이내의 원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어서 드론을 띄울 수 없다.

또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와 석유화학공단이 밀집한 국가산업단지와 주변은 산업시설 보호구역이라 드론 비행 불가 지역이다. 이 밖에 울산비행장 주변은 반경 9㎞가 비행금지 구역, 외곽 울주군 곳곳은 군부대가 산재한 군사보호구역이어서 산업용은 물론 레저용 드론도 날릴 수 없다. 울산시 전체 면적은 1060㎢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넓지만, 드론을 연구·실험할 하늘은 사실상 한 뼘도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드론 시범 사업자와 드론 실증화 사업자로 각각 선정된 UNIST(울산과기원)와 중소기업인 유시스 등이 드론 활용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드론 비행 실험 등 실증화 연구를 하기 위해 시범 공역으로 허가가 난 부산이나 대구로 가야 한다.

이에 시는 지난해 울주군 삼동면 하잠리 대암댐 상류 33만㎡ 규모의 고도 450ｍ 이하 하늘을 드론 비행 시범 공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국토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 일대가 비공식 군사작전지역이라는 이유로 불허됐다. 또 울주군 언양읍 다개리 봉화산 일원은 2004년 허가된 초경량 비행체 허가 공역이지만, 이는 패러글라이딩을 위한 레포츠 공간이어서 패러글라이딩과의 충돌 위험성 때문에 드론을 날리기에 적합지 않다.

시 관계자는 "대암댐 상류 공역 규모를 7만5000㎡, 고도 150ｍ 이하로 줄여 지난 4월 재요청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